발차기만 백만 번/김리하 글ㆍ최정인 그림/푸른책들 발행ㆍ초등 전학년ㆍ9,000원
아이들의 생태계는 예의와 배려 같은 사회적 요소들의 결락으로 인해 때때로 어른들의 세계보다 더 잔혹하다. 언급만으로도 상처가 되는 일들이 적나라하게 공표되고, 더 나아가 비난과 조롱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아이들은 똑같은 일에도 어른보다 더 많이 마음을 다치고, 더 많이 웅크린다.
<발차기만 백만 번> 은 제9회 푸른문학상 '새로운 작가상' 부문 수상작가인 김리하의 단편동화 세 편을 묶은 책이다. 수상작인 표제작은 엄마의 죽음으로 인해 세상에 온통 불만을 갖고 마음의 문을 꽁꽁 걸어 잠근 5학년 소년 신혁이가 같은 반 친구 윤재를 통해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렸다. 발차기만>
매일 분식집과 짜장면집을 전전하며 혼자서 끼니를 해결해야 하는 신혁이는 자상하고 다정한 꽃미남 윤재가 아파트 아래층으로 이사오자 짜증이 난다. 얼굴 보기도 힘든 아빠를 기다리며 어둠 속에서 잠을 청할 무렵이면, 아래층에서는 윤재와 윤재 엄마의 웃음소리가 베란다를 타고 넘어온다. 마음 속에 분노와 슬픔이 소용돌이치는 신혁. 보란 듯이 거실에서 두발을 쿵쾅거리며 줄넘기를 하고, 거실벽에 하이킥을 날리다 지쳐 잠든다.
그러다 신혁은 우연히 윤재가 미혼모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늘 혼자 밥을 먹어야 하는 두 친구는 앞으로 '밥친구'가 되기로 약속하고 서서히 서로의 상처를 보듬기 시작한다.
입체적 캐릭터와 섬세한 심리 묘사가 뛰어나 어른이 읽어도 뭉클한 대목이 적잖다. 특히 "외롭고 쓸쓸한 마음이 질긴 실이 되어 막아도 막아도 계속 몸 밖으로 새어 나올 것만 같았다" 같은 진솔하면서도 아름다운 문장들이 성장기 아이들의 질풍노도와도 같은 심사에 자연스럽게 공감을 느끼게 만든다.
뚱뚱한 엄마의 좌충우돌 다이어트 과정을 천진난만한 아이의 눈으로 관찰한 '자전거를 삼킨 엄마', 같은 반 남자아이에게 집요하게 괴롭힘을 당하는 여자아이가 당당하게 맞서 싸우는 '찍히면 안 돼!'도 함께 실렸다.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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