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재정위기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에 더해 지난달 실물경기 지표마저 꺾이면서 국내 경기 하강 조짐이 본격화하고 있다. 전문가들 또한 세계경제의 장기 약세 전망과 맞물려, 금융위기 이후 회복세를 타던 국내 경기가 이제 내리막에 접어든 것으로 판단했다.
30일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광공업생산은 한 달 전에 비해 1.9% 감소, 7월(-0.3%)에 이어 또 다시 마이너스 증가율을 보였다. 전체 산업활동의 중추인 광공업생산이 전달 대비 두 달 연속 감소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11,12월 이후 근 3년 만에 처음이다.
분야별로는 자동차(-0.8%포인트)와 화학(-0.2%포인트) 감소세가 전체 감소분의 절반 이상을 주도했다. 서비스업(0.5%), 공공행정(1.8%), 건설업(1.1%) 등 나머지 생산분야는 전달보다 소폭 증가했지만, 광공업 부진 탓에 전체 산업생산 역시 전달보다 0.3% 감소해 두 달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현재와 미래 경기상황을 나타내는 경기지표도 일제히 상승세를 멈췄다. 지난달 동행지수 순환변동치와 선행지수 전년동월비 모두 7월과 같은 수준을 기록, 5~7월까지 이어지던 동반 상승세를 마감했다. 여기에 제조업 평균가동률(80.5%)이 전달보다 1.6%포인트 하락하고 상품 출하는 0.6% 줄어든 반면, 재고가 3.1% 증가한 점도 불안감을 키우는 요소다.
최근 기업경기실사지수(BSIㆍ10월 전망 86)와 소비자심리지수(CSIㆍ9월 99) 등 기업과 소비자의 체감경기 지수가 일제히 기준치(100)를 밑돌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심리 악화에 이어 실물경기도 점차 둔화 국면에 접어드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부는 여전히 '신중한 낙관론'을 견지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산업활동동향 지표에 대해 "서비스업 생산 등이 계속 증가 중이고 광공업 생산 감소도 공장 이전에 따른 조업 중단 등 일시적 요인의 영향이 컸다"며 "완만한 경기회복 흐름은 지속 중"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경기의 본격 하강국면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작년 하반기 잠시 주춤하다 최근 2,3개월 새 반짝하던 경기가 큰 사이클 상의 변곡점에 와 있는 상황"이라며 "선진국들의 경기 악화로 국내 경기도 단기적 둔화는 불가피해 보이고 장기침체로까지 갈 지는 향후 수출 실적이 변수"라고 말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도 "당초 올 하반기까지 상승세가 유지될 걸로 봤던 전망은 이미 무색해진 상태"라며 "글로벌 재정위기의 충격이 아직 8월 실물지표에 본격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향후 경기 흐름에 부담이 큰 건 사실"이라고 진단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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