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철학의 향연/양운덕 지음/문학과지성사 발행·384쪽·1만5,000원철학적 시읽기의 괴로움/강신주 지음/동녘 발행·324쪽·1만6,000원
철학적 시읽기의 괴로움/강신주 지음/동녘 발행·324쪽·1만6,000원이성복·김행숙·신동엽 등의 시… 현대 철학자들의 사유와 연결
문학과 철학을 접목한 대중서가 잇따라 나왔다. 지난달 출간된 <문학과 철학의 향연> , 이번 주 나온 <철학적 시읽기의 괴로움> 이다. 그동안 철학 이론을 문학에 대입시켜 설명한 책은 많았지만, 두 책은 저자들이 오랫동안 대중 강연을 하며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게 써 눈길을 끈다. 철학적> 문학과>
<문학과 철학의 향연> 의 저자 양운덕씨는 헤겔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민예총 문예아카데미에서 10년 넘게 강의해온 그는 대학 새내기들을 위한 철학 입문서 <피노키오의 철학> 시리즈(전 3권ㆍ2001년 창비 발행)를 통해 '언더그라운드 철학계의 스타'로 알려졌다. 피노키오의> 문학과>
이번 책은 철학연구실 '필로소피아'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강좌를 정리한 것으로 2000년대 국내 지성계에서 유행한 정신분석학과 철학 개념을 문학 작품으로 설명한다. 하이데거, 푸코, 르네 지라르 등 학자들의 개념을 횔더린의 시, 보르헤스의 <자이르> , 플라톤의 <향연> 등을 통해 다시 읽는다. 이를테면 애드거 앨런 포의 <도난당한 편지> 를 프로이트의 반복강박의 틀로 재해석하면서 각 장면에서 기표들의 상징질서에 사로잡힌 주체의 모습을 설명한다. 데리다를 통한 카프카 읽기 역시 마찬가지다. 저자는 카프카의 <법 앞에서> 를 독해하면서 텍스트의 접근 불가능성, 해체주의 개념을 소개한다. 법> 도난당한> 향연> 자이르>
<철학적 시읽기의 괴로움> 의 저자 강신주씨는 노장사상을 전공했지만 서양철학의 흐름에도 능통한 철학자다. 그 역시 활발한 대중 강연으로 이름을 알렸다. 현재 출판기획집단 문사철(文史哲)의 기획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철학적>
이번 책은 작년 초 출간된 <철학적 시읽기의 즐거움> 의 후속작이다. 제목처럼 전작이 철학을 통해 앎의 즐거움을 말했다면 신간은 앎의 괴로움을 말한다. 저자는 우리 삶이 권력이나 자본, 관습이 강요하는 세계에 갇혀있다고 지적하며 자기만의 사유방식을 찾는 괴로운 과정을 통과해야만 진정한 즐거움에 이를 수 있다고 말한다. 김수영, 김춘수, 황동규 등 우리 시인들의 작품을 각각 들뢰즈, 푸코, 사르트르 등 현대철학자들의 사유와 연결시킨 <…즐거움>에 이어 신작에서는 시인 14명과 철학자 14명을 다룬다. 이성복의 시는 라캉, 김행숙은 바흐친, 신동엽은 클라스트르, 함민복은 기 드로브의 사유와 엮인다. 철학적>
예컨대 최승호의 시 '자동판매기'에서 오렌지주스를 마시려던 시의 화자는 무심코 커피 버튼을 누르고 만다. 저자는 현대인이 흔히 겪는 이 장면을 '습관의 무서움'이라 일컬으며 짐멜의 문화론과 연결시킨다. '대도시와 돈에 대한 짐멜의 예리한 성찰을 살펴보면, 우리는 최승호 시인이 신경질적이기보다는 우리 자신이 자본주의에 너무 둔감해져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될 겁니다.'(51쪽) 이런 방식으로 저자는 문정희의 시 '유방'을 여성의 몸과 감수성의 차이를 말한 뤼스 이리가레이의 사유에, 채호기의 시 '애인이 애인의 전화를 기다릴 때'를 맥루한의 미디어론에 연결시킨다.
난해한 철학 개념을 문학 작품을 통해 대중언어로 소개한 두 책을 요약하면 자크 데리다의 저 유명한 선언이 될 것 같다. '나는 평생 철학과 문학 사이에서 서성거려 왔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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