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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마니아 비주얼 아티스트 댄 퍼잡스키 한국 전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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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마니아 비주얼 아티스트 댄 퍼잡스키 한국 전시회

입력
2011.09.29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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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영도의 한진중공업 조선소 고공 크레인에서 정리해고 철회 투쟁 중인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이 서 있는 자리에는 쉬(She)가 그 아래 위(We)가 있다. 희망버스와 한국의 대학 등록금 문제, 높은 자살률 등 사회 이슈를 담은 드로잉이 미술관 벽면 곳곳을 장식했다. 국가 부채 문제와 정치인 부패를 재치 있게 표현한 그림도 보인다.

"루마니아 독재정권 때 태어나 자본주의 시대에 성장한 저는 끊임없이 뉴스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작가는 뜻밖에도 한국인이 아니다. 심플한 드로잉에 사회를 향한 날 선 시선과 유머를 담아내는 '낙서 드로잉'으로 유명한 루마니아 출신 아티스트 댄 퍼잡스키(50). 런던 테이트 모던(2006년)과 뉴욕 현대미술관(2007년) 벽면을 낙서 같은 그래피티로 가득 채워 관객을 사로잡았고 이미 2년 뒤까지 세계 전시 일정이 빼곡한 퍼잡스키의 첫 한국 개인전 '더 뉴스 애프터 더 뉴스(The News After The News)'가 29일 개막했다.

이틀 전 전시장이면서 동시에 작업장이던 서울 평창동 토탈미술관을 찾아 갔을 때 그는 5일째 막바지 작품 작업에 한창이었다. 이번 전시를 준비하기 위해 한 달 전부터 미술관을 통해 국내의 중요한 정치ㆍ사회 현안을 다룬 기사를 전해 받았다. 소재로만 보면 마치 우리 민중미술처럼 벽면에서 구호와 함성이 터져 나오고, 절망과 분노의 한숨이 느껴질 법 하지만 그의 작품은 전혀 심각하지 않다.

"더 단순해져야 해요. 복잡한 것은 최대한 단순하게 얘기할 때 강한 전달력을 갖거든요. 그래피티의 비판적 시선, 아이들의 순수한 영혼과 카툰의 자유로움이 제게 영향을 미쳤지요.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유머입니다. 유머야말로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어요."

그래피티를 원래 있어야 할 자리인 외벽이 아니라 캔버스에 그려 팔고, 체 게바라 얼굴이 인쇄된 컵에 커피를 소비하며, 철학자의 명언이 립스틱 광고에 등장하는 자본주의 상품사회에서는 이미 많은 것이 '맥락'을 잃었다. 하지만 퍼잡스키는 "그런 현상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고 했다.

전시가 끝나면 작품은 작가가 거둬가거나 구매한 컬렉터에게 보낸다. 그러나 미술관 벽에 그린 퍼잡스키의 작품은 전시가 끝난 뒤 덧칠 된 페인트 아래 묻혀 짧은 생을 마감하고 만다. 즉흥으로 그려낸 뒤 흔적을 남기지 않는 '퍼잡스키 방식'은 예술의 상업화에 대한 작가 나름의 유쾌한 저항인지도 모른다. 토탈미술관과 광고회사 모그 인터렉티브가 공동으로 여는 퍼잡스키 전시는 12월 4일까지. (02)379-3994

이인선 기자 kel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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