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그들(현대자동차)은 했지? BMW도 못하고, 우리도 못하는 것을. 부딪히는 소리가 없잖아."
현대자동차 i30의 운전석에 앉은 마틴 빈터콘 독일 폴크스바겐 회장. 핸들을 위아래로 조정(틸팅)하고는 별다른 소리가 나지 않자 그는 갑자기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비숍"을 부른 뒤 이렇게 외친다. 비숍은 폴크스바겐의 수석 디자이너 중 한 명인 클라우드 비숍을 말한다. 빈터콘 회장의 다그침에 비숍은 둘러댄다. "우리도 괜찮은 아이디어가 있었지만 그게 너무 비쌌습니다." 빈터콘 회장은 무언가 찜찜한 표정으로 자리를 뜬다.
빈터콘 회장이 지난 13일 독일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서 현대차의 기술력에 놀라며 임원을 질책하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이 유튜브에 게재돼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19일께 유튜브를 통해 처음 공개된 4분23초짜리 이 동영상은 지금까지 80만건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빈터콘 회장은 이 동영상에서 먼저 트렁크를 열어 펜 모양의 계측 기기를 꺼내 홈과 마감재를 일일이 체크한다. 그리고 운전석에 앉아 시트를 여러 차례 뒤로 제쳐 보면서 느낌이 좋다고 한다. 스티어링 휠과 센터페시아(계기판과 오디오 등을 포함한 운전석 앞부분) 등을 보고는 인체공학적으로 설계했다는 말도 한다. 차 밖에 서있던 누군가에게 줄자를 달라고 해서 대시보드의 주요 부분 길이를 재보기도 한다. 이어 핸들을 조작한 뒤 소음이 없는 성능에 놀라는 모습을 보인다.
독일 언론들은 빈터콘 회장의 i30 부스 방문을 '기분 좋게 모터쇼를 찾은 회장님, 불편한 심기로 떠났다' '격노한 직설적인 회장님'등으로 묘사했다.
금속물리학 박사 학위를 지닌 엔지니어이기도 한 빈터콘 회장은 평소 모터쇼를 다닐 때마다 경쟁 회사의 차들을 꼼꼼히 분석하고 폴크스바겐의 차들과 비교하기로 유명하다. 2002년 아우디 대표를 맡고부터 그는 공장을 찾을 때마다 자를 챙겨 다니며, 조립 중인 차의 철 사이 간격을 따져보고 이상이 있으면 당장 해결하라고 지시하기도 한다.
그런 그가 이번 모터쇼에서 i30를 연구대상으로 삼은 것은 그 만큼 현대차의 상승세를 경계하고 있다는 뜻. i30는 현대차가 폴크스바겐의 대표작인 '골프'를 겨냥해 유럽 시장 공략용으로 내놓은 차다. 빈터콘 회장은 지난해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가 신경 쓸 라이벌은 도요타가 아니라 현대차이며 최근 비약적인 품질 향상은 놀라울 정도"라고 말하기도 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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