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세계적 플로리스트 카트린 뮐러/ "프렌치 시크의 장점은 자연미…계절따라 다양한 분위기 낼 수 있죠"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세계적 플로리스트 카트린 뮐러/ "프렌치 시크의 장점은 자연미…계절따라 다양한 분위기 낼 수 있죠"

입력
2011.09.29 13:03
0 0

낭만과 서정의 계절이어서일까. 곱고 화사하게 실내 한 켠에 장식된 꽃다발을 보면 괜스레 마음이 다 환해진다. 꽃꽂이를 유한마담들의 한가한 취미로나 여겼던 과거를 반성하며, 작은 꽃다발이라도 하나 화병에 꽂아두고 싶은 요즘이다.

커피잔 하나, 꽃 한 송이로도 삶의 질과 품격을 높이고 싶은 '살림의 여왕'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있다. 프랑스 파리에서 활동하고 있는 세계적 플로리스트 카트린 뮐러(36)가 한국을 찾아 라이프스타일 디자이너 양성기관인 까사스쿨에서 27~29일 실습 강의를 했다. 뮐러는 패션에 이어 플라워 아트 분야에도 '프렌치 시크'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플로리스트. 로코코시대의 경쾌함과 우아함을 모던하게 재해석한 작품세계로 유명하다.

27일과 28일 이틀간 서울 서초동 까사스쿨에서 그를 만나 꽃으로 가을 분위기를 낼 수 있는 플라워 스타일링을 배워봤다. 맨날 그날이 그날인 우리 집의 표정이 이제 부케 하나로 완전히 달라진다.

무심한 듯 멋스럽게 '프렌치 시크'

전통적으로 플라워 디자인의 강국은 영국이었다. 영국의 대표적 플로리스트인 제인 패커의 플라워 볼(공처럼 동그랗게 만든 꽃다발)에서 볼 수 있듯, 단정하고 정제된 아름다움이 영국 스타일의 특징이다. 이에 반기를 들고 자연스러움과 자유분방함을 추구한 플라워 아트가 바로 카트린 뮐러 등으로 대표되는 프렌치 스타일.

"프렌치 스타일은 국제적인 느낌을 강하게 풍기면서도 아주 기본적인 스타일이에요. 프랑스의 꽃학교에서는 세모와 동그라미, 마름모꼴의 세 가지를 기본 스타일로 가르치죠. 저는 여기에 예술적인 부분을 가미해 한 발 더 나아갔고요." 뮐러는 "영국 스타일에 비해 소재 선택의 폭이 더 넓고 자유로운 게 프렌치 시크의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나 멋 부렸소' 티 내지 않는, 무심하게 멋스러운 스타일을 뜻하는 프렌치 시크는 플라워 디자인에서는 자연스럽게 뒤섞이고 흘러내리는 스타일로 나타난다. 이때 길게 흘러내리는 줄기나 가지는 꽃다발이 기울어진 방향으로 꽂으면 슬픈 얼굴이 되므로, 반대 방향으로 흘러내리도록 꽂아 생기를 살려주는 게 포인트.

인공적 소재를 쓰지 않는 것도 그의 프렌치 스타일을 대표하는 특징이다. 꽃다발을 묶을 때도 끈이나 철사 대신 아이비 줄기를 사용해 칭칭 휘감고, 부케도 비닐이나 포장지로 감싸지 않고 꽃줄기를 그대로 노출시킨다. 그는 '카트린 스타일'이 세계적으로 어필하는 비결을 묻는 질문에 "인공적 요소를 배제한, 자연미를 최대한 드러내는 테크닉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계절의 꽃으로 자연스럽게 믹스매치

카트린 뮐러는 16세부터 꽃을 배웠다. 학교에서 처음 꽃을 다뤄본 후 완전히 매료돼 이게 내 길이라는 확신을 갖게 돼 플로리스트 양성학교 테코마(Tecomah)에 진학했다. "부모님은 반대하셨지만, 꼭 이 일을 해야겠다는 강한 의지가 있었어요. 플로리스트로 살아보니 자연과 늘 함께 있을 수 있다는 게 참 좋더군요. 스스로를 정화할 수 있는 아주 아름다운 직업이에요."

그는 작품을 만들 때 일상 생활에서 주로 영감을 얻는다. 1997년 프랑스 월드컵 때는 월드컵 트로피 모양의 작품을 만들었고, 디저트 케이크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네모 모양으로 꽃들을 작게 쌓아 올린 작품도 있다. 다른 사람이 한 작품은 전혀 보지 않는 것도 그만의 방법이다.

문득 든 궁금증. 세계적 플로리스트의 집은 어떻게 장식돼 있을까. 그는 함박웃음부터 터뜨렸다. "워낙 밤 늦게 귀가하기 때문에 정작 파리의 제 집은 잘 꾸미지 못해요. 바깥에서 작업한 부케를 가끔 집에 가져가면 아들의 장난감이 돼버리기 일쑤고, 주말에 화병에 꽃 몇 송이 꽂아두는 수준이죠."

플로리스트에게 계절은 가장 중요한 변수다. 계절에 따라 고르는 꽃도, 스타일링하는 방법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는 다양한 제철 꽃들을 고른 후 자연스럽게 섞어 풍성하게 늘어뜨리는 스타일을 선호한다. "지금같은 가을에는 아주 큰 수국을 많이 쓰는데, 열매가 달린 나뭇가지를 한 번 감싸 부케처럼 연출하면 좋아요. 겨울에는 눈처럼 흰 꽃을 선호하는데, 히아신스에 하얀 나비가 앉은 듯한 크리스마스 로즈를 섞어서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쌓아올리는 게 대표적인 스타일링이에요. 봄에는 벚꽃과 라일락을 섞어서 부케를 만들고, 여름에는 활짝 핀 장미로 간단하게 부케를 만들면 간단하게 계절 분위기를 낼 수 있죠."

매일 줄기 잘라주고 물 갈아주면 오래 가

꽃은 아름답기는 하지만 오래가지 않아 실용적이지 못한 게 사실이다. 그래서 생일이나 프러포즈 할 때처럼 특별한 이벤트가 있을 때나 주고 받는 것이라는 게 꽃에 대한 한국 사람들의 평균적인 생각이다.

"꽃 장식도 관리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오래 보관할 수 있는 방법이 있어요. 일단 줄기를 직선이 아닌 사선으로 비스듬히 잘라 물을 잘 흡수하도록 하고요, 물은 憫?갈아 깨끗하게 유지해주세요. 특히 잎 같은 게 물에 잠기면 물 속에서 부패하니까 반드시 다 떼어내야 해요." 여기에 매일 줄기 끝을 조금씩 다듬어 잘라내면 더 오래 보관할 수 있다. 너무 덥거나 빛이 많은 곳은 피해서 두는 것도 방법.

뮐러가 이번에 방한해 만든 꽃장식들은 서울의 꽃시장을 돌아다니며 구입한 한국 꽃들로 만든 것들이다. 프랑스에 비해 종류가 훨씬 적고 꽃의 얼굴 크기도 작아 조금 애를 먹었지만, 각국의 특징에 따라 프렌치 스타일을 구현하는 재미도 쏠쏠했다고.

다음은 꽃시장까지 나갈 여유가 없는 사람들을 위해 뮐러가 귀띔한 간단한 프렌치 시크 스타일 화병 꾸미기 팁. "먼저 조그만 화병을 하나 준비하세요. 다 먹고 남은 잼통도 좋아요. 통 밑부분에 양면 테이프를 두른 후 그 위에 수국 꽃잎 말린 것을 촘촘한 간격으로 붙여줍니다. 만지지만 않으면 부서지지 않으니 안심해도 좋아요. 그 안에 양초를 넣고, 붉은 장미나 수국처럼 서로 다른 두 가지 종류의 마른 꽃을 단단하게 묶어 함께 넣습니다. 그럼 1년은 두고 즐길 수 있을 거예요."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 카트린 뮐러의 가을 분위기 내는 꽃장식 3선

가을의 중후하면서도 우아한 멋을 살릴 수 있는 꽃장식이다. 식탁 중앙에 놓으면 가을 분위기를 한껏 살릴 수 있다.

◆재료-와인 다알리아, 줄아이비, 영춘화, 수국열매, 아스클레피아스, 블랙뷰티, 오이초, 임팔라 장미, 데이지오 장미, 바베 미니장미, 오가피, 카라, 몬스테라 잎

◆만드는 법

1. 방수테이프인 오아시스테이프를 이용해 플라스틱 물통에 몬스테라 잎을 둘러준다. 몬스테라 잎 사이로 보이는 물통은 아이비 줄기로 가려주면서 묶는다.

2. 꽃들은 적당한 길이로 다듬어 놓는다.

3. 꽃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윗선을 최대한 일자 느낌이 나게 높이를 조정한다.

4. 이 꽃들을 한쪽 방향으로 눕혀가며 묶는다. 이때 꽃다발을 잡는 손의 위치가 다발 아래 쪽으로 와야 부케가 동그랗게 되지 않고 윗선이 평평하게 유지된다. 소재는 조금 남겨놓는다.

5. 손으로 잡아 만든 꽃다발을 끈으로 묶지 않고, 물통에 맞게 밑동을 자른 후 넣는다.

6. 남겨놓았던 소재로 약간의 높낮이 변화를 주면서 완성해나간다.

7. 줄아이비로 물통을 둘러가면서 묶어 마무리 해준다.

여성적이고 화려한 꽃을 원형이 아닌 사각 모양으로 묶어 남성적인 시크함을 살린 부케. 강렬한 색상과 간결한 큐브 형태의 실루엣이 조화를 이루는 게 특징으로, 윗면에 높낮이 차이를 주어 입체감을 살리면 재미를 더할 수 있다. 꽃의 순서를 바꿔가며 꽂아주고 다알리아 같은 꽃 특유의 곡선과 형태를 잘 이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큰 꽃은 정면보다는 약간 옆쪽에 배치해야 세련되어 보인다. 테이블 중앙이나 콘솔 위에 장식으로 올려놓으면 집안 인테리어의 포인트 역할을 할 수 있다.

◆재료-반다, 다알리아, 젠장미, 가든로즈, 쿨워터장미(핑크+보라톤), 수국(진분홍), 사랑초, 헤우케라(카멜레온), 아이비, 시클라멘

◆만드는 법

1. 꽃꽂이용 스폰지인 오아시스를 원하는 크기의 정육면체 모양으로 자른다.

2. 수국은 U자핀을 이용해 오아시스의 4면에 꽂아 사각 형태를 유지한다. 이때 비스듬히 꽂아야 숙이고 있는 꽃의 얼굴(꽃이 핀 방향)이 정면에 노출된다.

3. 헤우케라 역시 비스듬히 2에 꽂고 수국을 더해 핀과 오아시스를 완전히 가린다.

4. 다알리아는 꽃의 얼굴 방향을 살려서 3의 구석에 꽂는다.

5. 4에 반다를 꽂아준 뒤 가든로즈, 젠장미, 쿨워터장미의 순서로 구석에 직선으로 꽂아 사각기둥 형태를 완성해간다.

6. 5에 가든로즈로 포인트를 준 뒤 시클라멘을 나비처럼 꽃 사이사이에 꽂는다.

7. 사랑초 잎은 약간만 넣는다.

풍성하고 자연스런 느낌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 준비한 재료를 조금씩 나눠가며 묶은 뒤 점차 양을 늘려가면 된다. 큰 화병에 꽂아 거실 테이블이나 콘솔, 의자 등에 올려두면 실내에서도 자연의 느낌을 낼 수 있다.

◆재료-스노우베리, 줄아이비, 천일홍, 솔체, 매직라인, 시계초, 오이초, 헬레보러스, 흑미, 부들, 수국, 은단나무, 작약장미, 리시안셔스

◆만드는 법

1. 리시안셔스 묶음을 잡은 뒤 아이비로 묶는다.

2. 수국 다발에다 1번 묶음을 끼워 넣고, 여기에 야생적인 느낌을 살리기 위해 아이비를 한 바퀴 두른다. 이때 너무 조이게 두르지 않도록 주의한다.

3. 나머지 소재와 줄기를 조금씩 섞어가며 풍성하면서도 거친 느낌을 살린다. 이때 높낮이를 과감하게 주면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자연스런 느낌이 난다. 흑미와 은단나무, 오이초는 위로 길게 빼서 높이감을 살려준다.

4. 3에 장미 2, 3 묶음을 추가한다.

5. 4의 줄기를 아이비로 묶어 형태를 고정시키는데, 이때 매듭을 짓지 말고 줄기 사이로 자연스럽게 끄트머리를 걸어 마무리한다.

6. 길이가 긴 부들과 아이비를 5번 사이 빈 틈을 통과시켜 거꾸로 꽂아가며 묶음 아래쪽을 장식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