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준플레이오프 체제에 돌입한 조범현 KIA 감독은 29일 잠실 두산전에서 포스트시즌용 깜짝 ‘히든 카드’ 두 장을 동시에 공개했다. 마무리 한기주(24)의 선발 모의고사를 실시했고, 김진우(28)를 1군 엔트리에 올린 것. 포스트시즌에서 한기주를 선발로, 김진우를 불펜으로 활용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특히 임의탈퇴로 긴 공백이 있던 김진우에 비해 당장이라도 선발과 불펜으로 모두 뛸 수 있는 한기주에 대한 기대는 크다. 그리고 한기주는 무려 1,936일 만의 선발승으로 조 감독의 기대에 화답했다. 한기주는 이날 선발 5이닝 동안 7피안타 3볼넷 3탈삼진 1실점 호투로 팀의 8-1 대승을 이끌며 무려 5년 만의 감격적인 선발승을 따 냈다. 지난 2006년 6월11일 광주 한화전이 선발 투수로 마지막 승리였다. 승리투수가 된 건 2009년 9월25일 광주 넥센전 이후 무려 734일 만이다.
조 감독은 경기 전 “3, 4이닝 정도를 맡길 생각”이라고 말했지만 기대 이상의 호투로 총 87개의 공을 뿌리며 승리 투수 요건까지 갖췄다. 아직 제구는 완전치 않았지만 직구 최고구속도 148㎞까지 찍혔고, 슬라이더와 포크볼도 적절히 섞어 던졌다.
지난 7월14일 광주 두산전 이후 근 두 달 만에 선발 등판한 한기주는 긴장한 탓인지 2사 후 집중력에선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3회 2사 후 볼넷과 안타를 내 준 뒤 양의지에게 우전 적시타를 허용하며 첫 실점을 한 것. 4회에도 2사 후 연속 안타를 맞았고, 5회에도 2사 후 볼넷으로 주자를 내 보냈다. 다행히 위기 관리를 잘 해 1실점으로 막았고, 무엇보다 승리 투수가 되면서 자신감을 얻게 됐다.
조 감독은 한기주를 10월4일 광주 SK전에서 마지막 선발 테스트를 할 예정. 선발로 점차 긴 이닝을 소화하면서 무뎌진 투구 감각을 찾는 게 최우선 과제다. 지난 2009년 11월 인대접합수술과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은 한기주는 긴 재활을 거쳐 지난 7월 22개월 만에 그라운드에 돌아 왔다.
외국인투수 트레비스가 정상 컨디션이 아닌 KIA에 한기주의 이날 호투는 천군만마와 같다. 한기주가 선발로 돌아설 경우 포스트시즌 불펜은 이날 점검한 김진우를 비롯해 양현종, 손영민, 심동섭이 집단 마무리체제로 투입될 전망이다.
한기주는 경기 후 “선발로 복귀하면서 투구 밸런스 회복을 위해 노력했는데 아직은 완벽하지 않은 것 같다”면서 “그동안 마무리 경험이 오늘 위기 관리에 보탬이 됐다. 직구 위력은 아직 부족하다”고 밝혔다. 조 감독은 한기주에 대해 “선발 테스트를 위해 긴 이닝을 던지게 했는데 구위는 좋았지만 제구는 보완해야 한다”고 평가했고, 김진우에 대해서는 “자기 공을 잘 던졌다”고 합격점을 줬다.
인천에서는 정규 시즌 1위를 일찌감치 확정한 삼성이 3위 SK와 12회 연장 승부를 펼친 끝에 3-3으로 무승부를 기록했다. SK는 이날 경기가 없던 2위 롯데와의 승차를 좁히지 못하고 1게임차를 유지했다.
목동에서는 최하위 넥센이 5이닝 2피안타 2볼넷 2탈삼진 무실점으로 시즌 3승째를 올린 선발 강윤구의 호투를 앞세워 5위 LG에 5-0으로 승리했다.
인천=노우래기자 sporter@hk.co.kr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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