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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보청기, 처음엔 불편해도 노인성 난청 늦춰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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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보청기, 처음엔 불편해도 노인성 난청 늦춰주죠

입력
2011.09.29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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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65세 이상 고령자 가운데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난청 환자는 약 25% 정도다. 하지만 이들 환자 가운데 보청기를 쓰는 사람은 불과 11% 밖에 안 된다. 게다가 비싼 돈을 주고 보청기를 샀더라도 생각만큼 효과가 없다거나 귀에 낄 때 이물감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서랍에 묵혀두는 경우도 적지 않다. 10월 2일 '노인의 날'을 앞두고 청력 감퇴는 왜 일어나는지, 보청기는 어떤 때, 어떻게 써야 하는지 알아본다.

모음보다 자음 난청 빨라

청력은 30대부터 서서히 떨어진다. 처음에는 '츠' '트' '프' 같은 거센소리가 잘 안 들리기 시작한다. 거센소리 자음의 주파수는 약 3,000Hz. 2,000Hz 이상을 고주파수 영역으로 보는데, 청력 감소는 보통 고주파수 소리부터 시작된다. 대한이과학회 최재영 총무이사(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60대쯤 되면 일반적인 자음 주파수인 1,000Hz에서도 청력 감소가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누구세요'할 때 니은과 기억을 구별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그러다 70대로 넘어가면 약 3명당 1명꼴로 보청기가 필요해진다.

나이가 들면서 청력이 떨어지는 이유는 소리를 듣는데 중요한 귀 안쪽 부위들이 딱딱해지거나 소리를 전달하는 신경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귀의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은 것도 원인의 하나로 본다. 순천향부천병원 이비인후과 이종대 교수는 "중이염이나 이소골장애 같은 질병으로 생긴 난청은 수술로도 회복될 수 있지만 노화로 인한 난청은 전문의의 처방을 받아 보청기를 쓰는 게 좋다"고 말했다.

보청기로 청력 회복은 불가능

많은 사람들이 보청기를 쓰면 청력이 정상으로 되돌아올 거라고 오해한다. 하지만 보청기는 단지 소리가 잘 들리게 증폭시켜주는 기기일 뿐이다. 마이크로폰이 소리를 받아 전기신호로 바꾸면 증폭기가 이를 사용자의 청력에 맞게 크게 한 뒤, 리시버가 다시 소리신호로 바꿔 귀로 전달하는 방식이다.

중요한 것은 결국 증폭기다. 증폭기 성능이 좋을수록 최대한 원래 소리에 가깝게 들을 수 있다. 특정 주파수를 증폭시키는 것도 있고, 모든 주파수를 증폭시키는 것도 있다. 고주파 영역의 소리를 듣는 데만 문제가 있는 사람이 모든 주파수를 증폭시키는 보청기를 쓰면 정작 대화하는 소리는 잘 들리지 않고 소음만 크게 들려 오히려 고막에 통증을 느낄 수 있다.

보청기는 형태와 크기에 따라 귀 뒤에 거는 귀걸이형, 외이도와 귓바퀴를 채우는 귓바퀴형, 외이도 입구를 일부 채우는 외이도형, 고막 바로 앞에 넣는 고막형 등으로 나뉜다. 크기가 가장 작은 고막형 보청기를 선호하는 사람이 많다. 겉으로 거의 드러나지 않고 고막 가까이에서 소리를 전달하니 자연스러운 음감을 느낄 수 있어서다. 하지만 난청이 심하거나 세밀한 조작이 어려운 고령자들에겐 불편할 수 있다.

일단 다른 사람 보청기를 한번 써보고 나서 자기 걸 마련하려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빌려 쓰면 대부분 반응이 별로라고들 한다. 보청기는 개인에 따라 미세하게 조절해 써야 하기 때문에 남의 것은 불편한 게 당연하다. 남의 안경이 자기 시력에 맞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1개월 적응훈련은 필수

전문가들은 사람마다 필요한 보청기가 다르기 때문에 사용 전 상담부터 충분히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난청은 청력검사뿐 아니라 난청의 정도나 유형, 고막과 달팽이관 청신경의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진단한다. 이들 요소를 고려하지 않은 채 보청기를 사다 쓰면 자칫 남아있는 청력까지 잃어버릴 위험도 있다.

자신에게 맞는 보청기를 마련했으면 청각 재활훈련을 해야 한다. 사용을 시작한 첫 1주일은 TV와 라디오를 끄고 실내를 조용하게 한 상태에서 하루 2, 3시간 착용한다. 그러다 점차 착용시간을 늘려 간다. 보청기를 거쳐 들리는 자신의 목소리와 주변 소리까지 적응하려면 최소 한 달 정도가 걸린다. 보청기를 통해 들리는 소리는 예전에 듣던 소리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완전히 적응하기까지는 3개월 정도를 예상해야 한다. 하나이비인후과병원 김희남 원장은 "보청기는 귓속이 건조한 상태에서 착용하고, 3~6개월마다 청력상태를 확인해 조절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보청기를 쓰다가 중단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말소리가 뚜렷이 들리지 않거나 잡음이 들리는 등 효과가 만족스럽지 않고, 착용했을 때 느끼는 이물감이 불편하다는 게 주요 이유다. 하지만 보청기를 사용하면 달팽이관이나 청신경이 자극을 받아 노인성 난청 진행을 늦추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소 불편하더라도 되도록 자신에게 맞는 보청기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게 더 좋다는 말이다.

청력은 한번 잃으면 다시 회복하기 어렵다. 특히 노화로 나타나는 노인성 난청은 멈추게 할 수 없다. 일단 나빠졌다면 최대한 진행을 늦추는 게 최선의 방법이다. 그래서 무엇보다 젊어서부터 예방이 중요하다. 이어폰이나 헤드폰을 큰 소리로 계속 들으면 남들보다 먼저 난청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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