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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혈액형 달라도 장기 이식 시대, 당뇨병 등 치료수단 활용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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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혈액형 달라도 장기 이식 시대, 당뇨병 등 치료수단 활용도

입력
2011.09.29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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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득구 최요삼 선수와 김수환 추기경. 자신의 장기로 다른 생명을 살린 사람들이다. 올 8월까지 집계된 국내 장기(고형장기)이식 대기자는 총 2만695명. 이식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그 혜택을 받는 이들은 여전히 적다.

국내외 장기이식 전문가 2,000여명이 25~28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12차 아시아이식학회학술대회에 모였다. 이들은 장기기증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좀더 높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항체 걸러내 거부반응 차단

최근 장기이식 분야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ABO혈액형 부적합 이식이다.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장기를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혈액형이 맞지 않으면 당연히 이식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다른 혈액형의 장기가 들어오면 받는 사람 몸의 면역체계가 이물질인 줄 알고 공격(면역거부반응)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A형인 사람 몸에는 B형에 대한 항체가 있다. B형 항체는 B형 항원을 만나면 자물쇠와 열쇠처럼 딱 들어맞아 면역거부반응을 일으킨다. 때문에 A형인 사람에게 B형인 사람의 장기(항원)가 들어가면 이식하자마자 수 분~수 시간 안에 장기 색깔이 변하면서 혈액순환이 안돼 결국 망가진다.

하지만 지금은 혈액형이 더 이상 이식의 걸림돌이 아니다. 다른 장기가 들어왔을 때 혈액형이 문제를 일으키는 근본 원인은 항체다. 항체만 없으면 항원이 들어와도 면역거부반응에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

결국 피에서 항체를 제거하면 된다. 투석처럼 말이다. 투석은 환자의 피를 몸 밖으로 빼내 기계적 물리적 방법으로 노폐물을 걸러 깨끗한 상태로 만든 다음 다시 몸 안으로 넣어주는 과정이다. 혈액형 부적합 이식 땐 노폐물 대신 항체를 거른다. 장기 받을 사람의 피를 몸 밖으로 빼내 항체를 걸러낸 뒤 몸 안으로 넣고 나서 이식수술을 하는 것이다.

ABO혈액형 부적합 장기이식은 주로 신장과 간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심장이나 폐처럼 생명과 바로 직결되는 장기에 대해선 외국에서도 아직은 거의 시도되지 않고 있다. 항체를 한번 걸러내는 데만 4시간 정도 걸리니 1분 1초가 급박한 상황에선 성공적인 이식이 어렵다.

예전에는 면역학적 유형도 장기를 주고받는 사람이 같아야 이식이 가능하다고 여겼다. 대표적인 예가 면역적합항원(HLA) 유전자다. 서울아산병원 일반외과 박재범 교수는 "다른 장기보다 면역학적으로 둔한 간은 특히 HLA 유형이 맞지 않아도 이식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수술 기법이 향상된데다 이식 경험이 쌓이고 면역억제제(거부반응을 막는 약) 효과가 좋아진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세균 많은 소장도 가능

이식 자체가 아예 어렵다고 여겼던 장기의 이식 수술도 최근에는 가능해졌다. 대표적인 장기가 소장이다. 2001년 처음 이식에 성공한 이후 올 8월까지 국내에서는 총 5차례 이식을 했다.

소장 같은 소화기계통 장기는 원래 자체 내에 세균을 갖고 있다. 장기이식 수술은 무균 상태에서 진행해야 하는데, 소화기 장기는 감염 위험을 떠안고 시작할 수 밖에 없다. 면역억제제를 세게 쓰면 이식 받는 장기에 들어 있는 세균에 감염될 위험이 커지고, 그렇다고 약하게 쓰면 거부반응을 막기 어려워진다. 그 사이 적절한 균형점을 찾는 게 성공의 관건이다.

과거에는 장기이식을 생명을 살리는 최후의 수단으로만 여겨졌지만 이젠 새로운 치료수단으로도 인식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약 20년 전부터 당뇨병 환자들에게 췌장이식을 시작했다. 박 교수는 "특히 어릴 때 당뇨병이 생겨 20~30대 때 신장, 눈 등이 망가지면서 합병증이 심해지는 경우나 인슐린으로 아무리 혈당을 조절해도 계속해서 악화하는 경우엔 췌장이식이 좋은 치료법"이라고 말했다. 요즘엔 나중에 생길 합병증의 위험을 고려해 일찌감치 췌장이식을 받으려는 환자도 있다고 박 교수는 귀띔했다.

이식 대기 평균 4.5년

1990년대 전까지만 해도 장기이식은 미주와 유럽 지역 중심으로 발전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한국, 일본 등 아시아권의 장기이식 기술이 부쩍 성장했다. 김상준 아시아이식학회학술대회장(서울대병원 외과 교수)은 "기술이나 경험 면에서 우리나라 장기이식은 일본을 앞질렀다"며 "특히 간 이식 분야는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렇게 향상된 의료기술의 혜택을 애타게 기다리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 이식 대기자 중 실제 장기를 받는 사람은 불과 3%정도밖에 안 된다. 평균 4.5년을 기다려야 한다. 김순일 아시아이식학회학술대회 홍보위원장(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외과 교수)은 "뇌사기증 등 장기기증이 좀더 많아지도록 사회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국내 뇌사자는 256명"이라며 "이 정도면 400~450명에게 콩팥을, 200명에게 간을 이식해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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