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과 승무원 117명을 태운 전일본공수(ANA) 여객기가 고도 1만m 상공에서 위아래가 뒤집힌 이른바 배면비행(背面飛行)을 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29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6일 저녁 오키나와(沖繩)현 나하(那覇) 공항을 출발, 도쿄(東京) 하네다(羽田) 공항으로 향하던 ANA 140편 여객기(보잉 737-700)가 하마마쓰(浜松)시 상공을 지날 무렵 갑자기 기체가 뒤집혔다. 일본 운수안전위원회가 여객기의 비행기록장치(QAR)를 분석한 결과 여객기는 앞부분이 최대 35도까지 아래로 기울었고, 기체는 위아래가 최대 131.7도까지 뒤집어진 상태에서 30초가량 1,900m를 급강하한 것으로 밝혀졌다.
여객기가 급강하하는 동안 기체에는 지상보다 최대 2.58배의 중력이 가해져 조리실에 있던 객실 승무원 2명이 다쳤다. 다행히 안전벨트를 메고 있던 승객들 중 6명만 목 통증만 호소했을 뿐 큰 부상자는 없었다.
고토 노리히로(後藤昇弘) 위원장은 “여객기가 기울어져도 원심력이 작용, 객실은 항상 평형상태를 유지하기 때문에 부상자가 적었다”며 “야간이라 바깥 풍경이 보이지 않아, 승객들이 배면비행을 깨닫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참사로 이어질 뻔 한 이번 비행의 원인은 조종사의 기기조작 실수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교도(共同)통신은 기장이 화장실에서 조종실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부조종사가 문의 잠금 스위치 대신 방향을 트는 방향키 조정 스위치를 건드린 것이 원인이라고 보도했다. 두 스위치는 계기판에 10㎝가량 간격으로 돌출돼있어 조종사들이 가끔씩 착오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부조종사가 상황을 파악하고, 기계를 다시 조작했을 때 여객기는 진행방향과 거의 반대쪽을 향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항공 관계자들은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아주 위험하고 심각한 상황”이라며 “기체가 짧은 시간에 원상태로 돌아온 것은 기적에 가깝다”고 밝혔다.
ANA측은 사고 직후 비행 기록 장치 등을 통해 이미 기체가 기운 사실을 파악하고도 운수안전위원회를 통해 확인되기 전까지 이를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