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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양승태 대법원장이 풀어야 할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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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양승태 대법원장이 풀어야 할 숙제

입력
2011.09.29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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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신임 대법원장 임기가 25일부터 시작됐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법원장 후보자로 양승태 전임 대법관을 지명했고, 양 후보자는 국회 청문회와 표결을 거쳐 정식으로 대법원장에 임명됐다. 그러나 국회의 표결과정에서 민주당이 헌법재판관으로 지명한 조용환 후보자와 연계한 표결을 주장하는 바람에 2차례 표결이 무산되기도 했다. 이런 국회의 표결과정과 이명박 대통령 취임 3년 6개월 후에야 자신의 뜻에 맞는 대법원장을 임명했다는 점에서 '국민의 뜻'과 국가권력 사이의 '견제와 균형'이라는 단어가 떠올려진다. 이것을 법적인 용어로 표현하면 '국민주권'과 '권력분립'이다. 양 대법원장은 자신의 임명과정에 표출된 이러한 헌법상의 핵심원리를 구체적으로 사법부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를 임기 내내 고민하면서 이끌어 가야 할 것이다.

사법부의 수장인 국가의 중심축인 입법과 행정에 대응한 사법을 대표하는 자리이다. 대법관의 임명제청권 등 사법부 전반을 통괄하며, 헌법재판소 9인의 재판관 중 3명에 대한 지명권 등을 통해 핵심 국가기관의 구성과 공정한 선거의 실시에 영향을 미친다. 대법원장은 국민의 뜻에 맞게 이런 권한을 행사해 '법치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대통령이 보여주는 리더십과는 달리 판결 속의 법의 해석 및 적용을 통한 통합의 리더십인 것이다.

재판은 과거의 문제에 관해 당사자에겐 현재의 해결책을 제시하고, 일반 국민에겐 미래에 대한 지혜를 제시하는 행위다. 이런 재판을 총괄하는 지휘자가 대법원장이다. 만약 과거를 보수, 미래를 진보라 한다면 보수를 통한 진보를 추구하는 것이 사법부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과거가 보수고 미래가 진보라는 등식은 성립할 수 없다. 따라서 사법부에는 보수나 진보의 개념이 아닌 재판을 통한 법치만이 있을 뿐이다. 대법원장은 자신을 임명한 정권 보다는 헌법이 부여한 사법부의 본질에 충실해야 하는 이유다.

양 대법원장이 자신의 임기 중 실현해야 할 3가지가 있다. 첫째 사법부의 인적 구성에 관한 것이다. 사법부가 어려움 속에서도 현재와 같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법관 등 우수한 인재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향후 사법부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선 인재들이 법관으로 계속 유입될 수 있고 또한 기쁜 마음으로 국민들에게 양질의 사법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오래 동안 머물러 있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대법관 구성의 다양성이 필요하다. 대법관의 선임에 있어서 출신학교, 남녀 비율 등에서 폐쇄적인 면이 없었는지 뒤돌아 봐야 한다. 사시와 로스쿨의 병존 속에 새로운 법조인력의 양성문제도 매우 중요하다. 둘째는 사법부의 전체적 사건처리 방식의 개선이다. 1, 2심은 국민의 개별적인 권리구제에 충실하게 운영되도록 하고, 3심인 대법원에서는 개별적인 권리구제보다는 법령의 해석통일의 기능에 집중할 수 있도록 개선돼야 한다. 특히 1, 2심은 일반사건의 심리충실화 외에 국제화ㆍ전문화된 사건을 처리할 수 있도록 전문성을 더욱 보완해야 한다. 현재 14명의 대법관이 1년에 처리해야 하는 사건은 3만 건 이상이다. 어떤 방식에 의하든 대법관이 직접 처리하는 사건을 현재의 10분의 1로 줄여야만 대법원이 헌법이 부여한 본래의 기능에 충실할 수 있다. 셋째 기존의 제도들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작업이 필요하다. 좋은 제도는 더욱 발전시켜 나가는 온고지신의 정신이 필요하다. 전임 이용훈 대법원장 재임 시 법관들에게 진보적 성향의 판결을 조장했다는 비판적 시각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진보정권 하에서 헌법에서 정한 사법의 본질에 충실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점은 저평가 되어선 안 된다. 그중 형사재판에서의 구술심리주의의 강화와 불구속재판 원칙의 정착, 민사재판에서의 구술심리의 강화 등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정영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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