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의 재정ㆍ금융 불안에 따른 세계적 경기침체 우려가 한국 경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수출에도 영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한국 금융시장의 위험도가 중간 단계인 ‘주의’에서, 한 단계 더 나빠져 ‘경계’ 단계에 들어섰다는 소식과 함께 불안을 크게 한다.
어제 한국은행이 발표한 ‘8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경상수지는 4억달러 흑자로, 18개월째 흑자 흐름을 이었으나 그 규모는 7월의 37억 7,000만 달러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다. 대부분의 수출기업이 여름 휴가를 고려해 수출물량을 7월로 당겨서 선적하는 등의 계절적 요인이 크고, 7ㆍ8월 평균 흑자 21억 달러는 올해 월평균 흑자보다 많아서 특별히 경상수지 악화 추세를 읽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경상수지 감소가 수출 감소에 비춰 훨씬 급격한 수입 증가의 결과라는 점에서 고환율의 부정적 효과가 벌써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씻기 어렵다. 원화의 평가절하에 따른 가격경쟁력 제고 효과는 해외시장의 침체로 충분히 누리지 못하는 반면, 원자재와 소재ㆍ부품 수입원가 부담은 커질 수 있다.
한국 경제의 특이체질로 보아 이런 우려는 엄살이 아니다. 이미 ‘IMF 사태’와 ‘리먼 사태’를 거치며 외화 유동성 고갈이 최대 약점인 것으로 확인됐고, 경상수지가 외화 유동성의 마지막 보루인 외환보유액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외환보유액을 안정적으로 늘려나가야 하는 마당에 급격히 흑자 폭이 줄어들면 언제고 잘못된 신호를 내보낼 수 있다.
한국 금융시장의 위험도가 ‘정상’ ‘관심’ ‘주의’ ‘경계’ ‘심각’의 5단계 가운데 이미 ‘경계’ 단계에 진입했다는 금융감독원 진단의 주된 근거도 외화유동성 지표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어제 “정책적 대응을 시작할 시점”이라고 밝혔듯, 금융기관 외화 관련 실태의 현장 확인과 조달 지원 등 단계별 대응계획의 이행이 급해졌다.
한 걸음만 늦어도 좀처럼 불을 끄기 어려운 외환시장 특유의 급변성을 염두에 둔 선제적 대응의 필요성도 커졌다. 다만 시장 불안을 들쑤시지 않도록 최대한 조용하게 행동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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