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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몇대 더 팔려고 한우농가 죽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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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몇대 더 팔려고 한우농가 죽이나"

입력
2011.09.28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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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산 쇠고기가 더 싼 가격에 들어온다고요? 기가 막힐 노릇이네요.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이 곧 재개된다는데, 지금도 가격 경쟁력이 있는 호주산 쇠고기의 관세마저 철폐된다니…."

경기 포천에서 한우를 키우고 있는 장용출(56)씨는 28일 호주 쇠고기에 대한 관세(현행 40%)를 단계적으로 철폐하겠다는 정부의 방침 소식에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장씨는 올해 초 구제역 파동으로 자식처럼 키우던 소 102마리를 땅에 묻었다. 넉 달 전 송아지 60마리를 사서 재기에 들어간 장씨의 꿈은 한호 FTA 협상이 타결되면 또 다시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올해 7월 한ㆍ유럽연합(EU) FTA 발효에 이어 이르면 연내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 재개, 다음달 한미 FTA 비준 예정 등 3중고를 겪고 있는 국내 축산농가에 비상이 걸렸다. 한우 가격의 40~70%에 불과한 호주산 쇠고기가 더 싸게 수입되면 한우가 설 자리는 더 좁아질 게 뻔하기 때문이다.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쇠고기 시장에서 수입산 비중은 60%에 달한다. 미국, 호주와의 FTA가 잇따라 발효되면 두 나라의 쇠고기 가격이 크게 떨어지는데다, 두 축산대국 간의 치열한 가격 경쟁으로 국내 축산농가는 더욱 극심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농민단체는 즉각 반발할 태세다. '한미 FTA 저지 농수축산 비상대책위원회'는 다음달 6일 서울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집회를 갖고 한호 FTA를 추진 중인 정부를 성토할 계획이다. 남호경 전국한우협회장은 "호주도 미국처럼 일정 기간에 걸쳐 관세를 철폐할 것으로 보이는데, 호주에 자동차 몇 대 더 팔려고 국내 17만 한우농가를 다 죽여야 하느냐"고 비난했다. 그는 "우리 정부도 식량안보 차원에서 축산과 농업을 중시하는 EU나 자국 농민을 보호하기 위해 FTA를 가급적 맺지 않는 일본을 보고 배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호주 수출 품목 1위를 달리고 있는 자동차 업계는 크게 환호했다. 지난해 호주에 수출된 국산 자동차는 16만대, 20억달러(한화 2조2,000억원) 규모다. 시장 점유율은 10%로, 아직 일본(55%)이나 미국(25%)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한호 FTA가 체결돼 국산 자동차의 관세만 내려가면 가격 경쟁력이 높아져 시장 점유율 확대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현지에서 인기 있는 1,500~2,000㏄급 중ㆍ소형차가 더 잘 팔릴 것"이라고 기대했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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