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수입쇠고기 시장 점유율 1위(5월 기준 47.2%)인 호주산 쇠고기 수입이 전면 개방될 전망이다. 그간 호주와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쇠고기 개방 만은 안 된다"며 완강히 버티던 우리 정부가 연내 FTA 타결을 위해 입장을 바꾼 것이다.
현재 40%인 호주산 쇠고기에 대한 관세가 단계적으로 완전 철폐되면 시장 점유율은 더욱 높아질 게 확실하다. 하지만 호주산 쇠고기의 가격 경쟁력 강화로 피해가 불가피해진 우리 축산농가의 반발과 미국의 추가 개방 압력이 한층 거세질 것으로 우려된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28일 "한호 FTA 연내 타결을 위해 쇠고기 개방 문제를 본격 논의하기로 방침을 정했다"며 "다만, 축산농가의 반발을 고려해 한미 FTA에서 미국산 쇠고기에 적용된 기준(향후 15년에 걸쳐 관세 철폐)보다 좀 더 엄격한 조건을 요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엄격한' 조건이란 15년보다 장기간에 걸친 관세 철폐를 의미한다.
이 관계자는 이어 "수출로 먹고 사는 입장에서 쇠고기 문제 때문에 호주와의 FTA 협상을 마냥 중단한 채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며 "호주가 우리 정부 안을 받아들이면 연내 FTA 타결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교착 상태이던 양국 간 FTA 협상이 다시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2009년 5월 시작한 한호 FTA 협상은 호주산 쇠고기 개방을 둘러싼 양국의 입장 차가 워낙 커 지난해 5월 제5차 협상을 마지막으로 1년 이상 중단된 상태다. 올해 4월 양국 정상이 "연내 타결이 공동 목표"라는 합의까지 이뤘지만 이후 별다른 진척이 없었다.
호주는 그간 한미 FTA 합의 조건처럼 향후 15년 간 단계적인 관세 철폐를 줄곧 요구해왔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축산농가의 반발이 크고 ▦국내 수입시장의 절반을 점하는 호주산 쇠고기의 경쟁력이 이미 충분하며 ▦한호 FTA 발효의 경제 파급효과를 고려할 때 거대 교역국인 미국과 동일한 대우는 어렵다는 이유로 '양허(讓許) 제외' 입장을 고수했다.
정부는 한호 FTA 협상의 최대 걸림돌이던 쇠고기 개방 문제를 양보하는 대신 호주 측에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등 우리 주력 수출품에 대한 추가 개방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양국 관계자들은 27~28일 호주에서 실무 협상을 진행했다. 우리는 쇠고기 관세 철폐기한을 미국(15년)보다 더 길게 설정할 것을 제시하고 추가적인 요구사항을 전달했으나, 호주는 일단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협상 진전을 기대했으나 호주가 불만족스럽다는 태도를 보여 몇 차례 실무 논의를 더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