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내일 개성공단을 방문한다. 당 대변인과 대표비서실장 등 한나라당 관계자 4명이 수행하고 통일부 관계자들이 안내를 맡는다고 한다. 한나라당 창당 후 당 대표가 북측의 공식 동의를 받아 북한 지역을 방문하는 것은 처음이다. 지난해 천안함 사건에 따른 5ㆍ24 대북제재조치 이후 정치권 인사의 첫 개성공단 방문이기도 해서 상징성이 작지 않다. 경색된 남북관계에 돌파구를 여는 계기가 될지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하다.
홍 대표는"공단 입주업체로부터 애로를 청취해 해결하고, 개성공단 활성화를 위해서 가는 것"이라며 일단 실무적 성격의 방문임을 분명히 했다. 북측 주요 인사와의 만남이 계획돼 있는 것도 아닌 것 같다. 한나라당을 역적패당으로 매도하던 북측이 홍 대표의 방문 요청에 즉각 동의를 통보해 온 것이 이례적이긴 하나 개성공단을 통한 외화벌이에 강한 의욕을 갖고 있는 북측이고 보면 특별한 일도 아니다. 홍 대표의 방문 자체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기 어려운 측면들이다.
하지만 달리 볼 여지도 충분하다. 홍 대표는 취임 이후 정부의 대북정책 전환을 강하게 촉구해왔다. 7일 정기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는 천안함ㆍ연평도 사건 등 풀기 어려운 정치ㆍ군사 문제를 우회해 남북경협과 인도적 지원 활성화를 통한 돌파구 마련을 주장하기도 했다. 대북 강경파인 현인택 통일부 장관을 실용ㆍ대화파인 류우익 장관으로 교체하는 데도 힘을 보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개성공단 방문은 그 연장선에 있다. 이런 노력에 북측이 성의를 갖고 화답한다면 신뢰가 쌓이고 국면 전환도 불가능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홍 대표가 너무 앞서간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뚜렷한 근거 없이 애드벌룬 띄우기 식 언급을 남발한 탓이다. 그러나 좀처럼 경색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남북관계에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바람직하다. 신임 류 장관도 대북 원칙을 유지하되 방법론적 유연성을 찾겠다고 했다. 홍 대표의 개성 방문이 당정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남북관계에 변화를 모색하는 출발점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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