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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미 보호운동가 아치볼드씨와 DMZ 가보니/ "두루미 1000마리 사라져…민통선 개발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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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미 보호운동가 아치볼드씨와 DMZ 가보니/ "두루미 1000마리 사라져…민통선 개발 안돼"

입력
2011.09.2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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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올 때마다 마음이 복잡해집니다. 비무장지대(DMZ)처럼 생태보존이 잘된 지역을 보면 기쁘지만 개발로 훼손된 현장에 대해선 실망감도 적잖습니다."

27일 경기 파주 일대 민간인통제구역을 찾은 세계적 두루미보호운동가 조지 아치볼드(65) 국제두루미재단 부이사장은 마구잡이 개발로 한국에서 많은 야생조류들이 사라질 위기를 걱정했다. 그는 1973년 파주 일대 서해안 갯벌에서 1,000여 마리의 두루미 군락을 발견해 세계에 알리고 78년에는 DMZ 내 대성동에서 국내 마지막으로 따오기를 촬영하는 등 38년째 한국과 인연을 맺고 있다. 이번 방한에서 그가 부쩍 걱정을 드러낸 것은 DMZ 주변의 민통선 일대에 개발 압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베리아에서 날아온 두루미(천연기념물 202호), 재두루미(천연기념물 203호)들이 9월말부터 겨울나기를 하는 철원, 포천, 연천 등 어디든 상황이 비슷비슷하다.

아치볼드 부이사장은 이날 오두산 전망대 일대, 임진강의 하중도(河中島)로 야생동식물 천국인 초평도 일대를 4시간 남짓 돌아봤다. 오두산 전망대 부근은 그가 38년 전 처음으로 1,000여마리의 두루미떼를 관찰한 곳이나 이제는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자유로와 일산신도시 건설로 서식지인 습지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는 "현정부 들어 중단상태지만 임진강 하구의 남북공동항 건설계획도 폐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습지의 훼손도 훼손이지만 논의 감소도 문제다. 40여 차례나 한국에 와봤으면서도 초평도는 처음이라는 아치볼드 부이사장은 초평도 풍경에 "원더풀"을 연발했지만 농경지 훼손을 걱정했다. 최근 인삼재배가 늘면서 논 사이에 인삼밭이 있는지 인삼밭 중간에 논이 있는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논이 줄자 겨울철새들이 주로 먹는 낙곡도 사라지고 있다. 인삼농사에는 농약도 많이 사용된다. 아치볼드 부이사장은 "민통선 안에 사람이 늘어나면 이런 일이 생길 수 밖에 없다"며 "농지보전이 곧 두루미서식지 보전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당국이 농지보호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치볼드 이사장은 북한 안변평야 일대의 두루미서식지 복원프로젝트에 대한 지원도 호소했다. 원산 남쪽의 안변평야는 시베리아에서 날아오는 두루미가 군집하는 지역이었지만, 북한이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시기를 거치며 주민들이 낙곡 한 톨 남기지 않아 더 이상 두루미들이 찾지 않고 있다. 국제두루미재단이 후원하는 이 프로젝트는 이 지역을 '두루미 보호구역'으로 설정하고 주민에게 유기농법을 보급해 주민과 두루미가 모두 잘 살게하자는 것이다. 사업이 시작된 2006년 이후 필요한 예산(30만 달러)의 절반도 지원하지 못했다. 한국에서는 2009년 경남도가 후원금을 낸 것이 유일하다.

아치볼드 부이사장은 "남북한을 막론하고 두루미는 한국문화의 중요한 상징"이라며 "인간과 자연이 상호작용하는 모습을 남북한에서 모두 보고싶다"고 말했다. 그는 파주 DMZ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세미나에 참석하고 연천의 두루미 서식지를 위협하는 군남댐 등을 둘러본 뒤 다음달 5일 출국할 예정이다.

파주=글ㆍ사진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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