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공명영상진단(MRI) 조영제로 쓰이는 상자성(常磁性) 나노입자가 인체 세포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상자성 나노입자는 원래 자성은 없지만 자기장을 받으면 자성을 띠는 나노미터(nmㆍ1억분의 1m) 크기의 물질이다.
경북대 채권석(생물교육과), 장용민(분자영상의학과) 교수는 MRI 촬영 때 상자성 나노입자의 화학작용으로 인해 세포 안의 활성산소 양이 많아져 세포의 활동을 떨어트리거나 세포를 죽게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28일 밝혔다.
MRI는 강한 자기장을 이용해 몸 안 곳곳을 촬영하는 기기로, 촬영 전 복용하는 조영제가 혈관에 머물면서 여러 장기를 잘 볼 수 있게 해준다. 조영제로 쓰인 상자성 나노입자가 세포 안에 들어가면 활성산소를 만들어내지만, 그 동안은 워낙 미미한 양이라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알려져 왔다.
그러나 연구진은 MRI 촬영을 위해 자기장을 주면, 이 나노입자가 뭉치게 돼 세포 안으로 들어가는 양이 수십 배 증가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실제 조영제를 투여한 다음 자기장을 쬔 간에선 그렇지 않았을 때보다 2~5배 많은 활성산소가 생겼다. 뭉친 상자성 나노입자가 혈관에서 세포 안으로 더 많이 침투했기 때문이다.
채 교수는 "기존 연구에서는 상자성 나노입자의 독성이 자기장이 없는 상태에서 측정됐다"면서 "MRI 촬영 때와 같은 자기장 환경에서는 이 물질이 세포에 해롭다는 게 밝혀진 만큼 새로운 안전성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 성과는 지난 10일 국제학술지 <바이오머티리얼즈(biomaterials)> 온라인판에 실렸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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