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신재민(53)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등에게 금품을 제공했다고 주장한 이국철(49) SLS그룹 회장에 대한 수사를 철저히 하겠다고 27일 밝혔다. "수사할 계획도 없고 의미도 없다"는 전날 입장에서 크게 바뀐 것이다.
최교일 서울중앙지검장은 서울 서초동 서울검찰청사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국철 의혹제기 사건에 대해 지위고하를 불문하고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최 지검장은 "어떤 개인이 누구에게 돈을 줬다는 진술의 신빙성을 여러 각도에서 확인하게 된다"며 "이 눈치 저 눈치 봤다면 이씨를 소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지검장은 다만 "검찰은 그 사람의 말만을 증거로 다른 사람을 처벌할 수 없고 객관적인 증거를 일일이 찾는다"며 이 회장의 진술만 갖고 수사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검찰의 입장 변화가 공교롭게도 청와대 기류와 일치해 사전에 교감이 이뤄진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무회의에서 "대통령 측근이나 친인척일수록 더 엄격하게 다뤄야 한다"고 철저한 수사를 강조했다. 청와대는 전날 "제기된 의혹은 이 회장의 일방적 주장"이라고 밝혔고, 검찰도 수사에 적극 나설 뜻이 없음을 내비쳤었다. 최 지검장은 이날 '검찰이 청와대 지시에 따라 수사 여부를 결정하느냐'는 민주당 김학재 의원의 질문에 "그렇지 않다. 여러 의혹이 제기된 상황에 대해 눈치 보지 않고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여야 의원들은 날 선 공방을 벌였다. 한나라당 이은재 의원은 "이국철은 증거도 없이 마구잡이 폭로를 통해 경영권을 회복하려는 철없는 행동을 하고 있다"며 "야당의 비호를 받은 김대업의 폭로 작전처럼 이번에도 사실무근으로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두아 의원도 "신 전 차관이 대선 전후 미국에 다녀왔으며 SLS그룹 법인카드로 체재비를 썼다는 이 회장의 주장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이 회장 진술의 신빙성을 문제 삼았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검찰이 더 이상 수사할 것이 없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검찰은 실세들에게 참으로 친절한 금자씨"라고 비판했다. 김학재 의원도 "돈을 준 사람의 진술이 있으면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특히 "이 회장이 윤성기 한나라당 중앙위원과 포항지역에서 정치활동을 하는 문모씨, 여당 국회의원의 비서관 박모씨에게 30억원과 자회사 소유권을 넘겼다고 했다"며 "시쳇말로 형님 먼저 아우 먼저 다 구속되겠다고 생각했다"고 추가 의혹을 제기했다. 박 의원은 또 "부산저축은행 로비스트 박태규씨와 김진선 전 강원지사가 굉장히 가까운 사이로, 박태규 리스트에는 김 전 지사와 다른 한나라당의 인사들, 정부인사, 전직 장관, 재벌회장 등이 다 있다"고 주장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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