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27일 연이은 측근 비리 의혹과 관련, "대통령 친인척이나, 측근이면 측근일수록 더 엄격히 다뤄야 한다"면서 측근 비리 척결 의지를 밝혔다.
청와대와 사정기관들은 이날 이 대통령의 지시로 '권력형 비리 근절을 위한 유관기관 대책회의'을 갖고 이국철 SLS그룹 회장이 제기한 의혹에 대해 검찰이 본격적으로 수사에 나서기로 의견을 모았다. 청와대는 이와 관련, 이 회장이 금품을 제공했다고 의혹을 제기한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과 임재현 청와대 정책홍보비서관,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2차관이 이 회장을 상대로 서울 중앙지검과 중앙지법에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측근 비리라고 해서 비리가 나오고 있다. 정말 이대로 갈 수 없는 상황이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도 이런 비리가 발생하면 철저히 조사하고 국민들에게 의혹을 다 밝혀줘야 한다"며 "법무부에서는 이런 권력형 비리, 가진 사람들 비리를 아주 신속하고 완벽하게 조사해 달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의 언급은 부산저축은행 로비스트 박태규씨와 이 회장이 각각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등을 상대로 금품∙향응 로비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뒤 공개된 첫 반응이다.
이 대통령은 "(측근 비리는) 소위 측근이라는 사람들이 인간관계와 공직생활을 구분하지 못해 생긴 일"이라며 "공직생활은 새로운 각오를 가지고 해야 한다. 내각이나 청와대, 대통령 가까운 곳에서 일하는 사람은 이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지금 여러 계층의 부패가 많다. 힘 가진 사람, 권력 가진 사람, 돈 가진 사람이 없는 사람보다 비리를 더 저지른다"면서 "이것을 벗어나지 못하면 일류국가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임태희 대통령실장은 이날 오후 유관기관 대책회의를 주재한 뒤 "오늘 회의에서 각 기관이 수직∙수평적 협조를 좀 더 긴밀히 해 각 기관별 정보와 자료를 서로 교환하면서 적기에 필요한 대책을 펴기로 뜻을 같이 했다"고 밝혔다. 그는 "청와대 민정수석, 법무장관, 국무총리실장, 경찰청장 등이 참석하는 대책회의를 정례화하고 민정수석실을 중심으로 각 부처 실무 담당자 회의를 매주 열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언급과 청와대의 후속 움직임은 대통령 친인척, 측근 인사 관련 비리를 엄하게 다룸으로써 향후 대형 권력 비리를 차단하는 한편 측근 인사들에 대한 음해성 의혹 제기에도 철저하게 대처해 나가겠다는 '투 트랙' 대응 방침으로 해석된다.
임 실장은 "지금까지 일어난 일이 설이나 소문으로 시작해 국회나 언론에 의해 문제가 제기되고 유통되면서 증폭된 것"이라면서 "지금까지는 정식으로 문제가 불거지기 전에는 조사 착수를 안 했지만 이제는 신속하고 엄격하게 의혹을 밝히고 근거 없는 음해성 설도 조사 대상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야권은 "검찰이 이국철 회장이 폭로한 의혹 등에 대해 제대로 수사하지 않는다면 이 대통령의 비리 척결 언급은 말로만 그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한나라당은 이날 당 내부 정화 작업의 일환으로 부패나 비리 의혹에 연루돼 재판을 받는 인사에 대해 조만간 당 윤리위원회 회부 등의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김동국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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