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증세 화두를 던진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81)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처음으로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26일 이사회에서 "보유현금이 200억달러 이하가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사주를 무조건 매입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사가 보유 중인 현금을 감안할 때 자사주 매입에 투입될 돈은 150억달러 규모로 추산된다.
이사회는 "클래스A와 클래스B 주식 모두 매입대상이며, 장부가치에서 프리미엄이 10%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매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버핏의 자사주 매입 결정은 1970년 최고경영자(CEO)가 된 이래 처음이다. 버핏은 기술주 거품 붕괴 때인 2000년 자사주 매입 의사를 피력했지만 실제 행동에 옮기지는 않았다.
이례적인 자사주 매입 결정에 버핏은 입을 다물고 있으나 언론들은 해서웨이 주가가 극히 저평가돼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고령인 버핏의 나이를 고려할 때 지금이 경영권 안정과 인수합병(M&A) 자금 마련에 적기라는 판단도 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미국에서 가장 비싼 해서웨이 A주식 가격은 2월 13만1,000달러까지 올랐으나 최근 유럽발 악재로 22일 9만8,989달러로 끝나 무려 24.5%나 하락했다. 주가로는 2009년 1월 이후, 주식가치로는 1990년 이후 가장 낮은 가격이다.
금융시장은 버핏의 결정이 갖는 의미에 더 주목하고 있다. 증시가 공포에 사로 잡힐 때면 그가 돈을 들고 나타나 바닥론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3년 전 금융위기 때 버핏은 25일 사이 무려 156억달러를 쏟아 부어 증시가 무너지지 않는다는 확신을 심어줬다. 버핏은 당시 50억달러를 투자한 골드만삭스에서 매년 5억달러의 배당금을 받았고, 30억달러를 지원한 제너럴일렉트릭(GE)에선 12억달러의 이익을 챙겼다. 버핏이 경기침체에 따른 더 이상의 주식 폭락은 없을 것이라는 신호를 던진 것이라는 지적이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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