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ㆍ사회 분야를 공부하는 사람들도 과학기술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과학기술'이라는 게 결국 '합리·창의·혁신'을 의미하기 때문이지요.이공계 인력들의 '출구'가 되다시피한 의학도 사실 첨단 의료기기 같은 과학기술의 수혜가 없었다면 발전하기 힘들었을 겁니다."
이기준(73) 전 서울대 총장이 발간위원장을 맡은 과학교육만화 이 최근 출간됐다. 만화라는 매체를 통해 누구나 원전기술, 나로우주센터 같은 과학기술 이슈에 쉽고 재미있게 접근하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 졌다. 이공계를 기피하는 현상을 담은 내용도 들어 있다. 산학연종합센터의 과학만화발간사업의 일환이기도 한 이 작업엔 황선우 산학연종합센터 센터장을 비롯한 19명의 발간위원이 참여했다.
이 전 총장 이야 말로 '영원한 이공계 맨'이다. 서울대 공대를 졸업한 이후 단 한 번도 한눈 팔지 않고 이공계를 지켜왔다. 그런 그가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목적의 만화를 낸 것 자체가 이공계의 현실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얘기다.
그는 27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10여년 전 서울대 총장 때 이공계 위기를 처음 피부로 느꼈다"고 털어 놓았다. 촉망 받던 공대 재료공학과 박사과정 학생이 한의사가 되겠다면서 그만두는 것을 목격하곤 적이 충격을 받았다.
"역사적으로 보면 이공계가 강한 나라가 강국이 됐습니다. 요즘 중국을 보면 국가적으로 과학자를 키우기 위해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어요. 그에 비하면 우린 너무 안일해요. 올해 초 겨우 출범한 국가과학기술위원회 활동도 선진국 수준에 한참 미치지 못?니다."
서울대 정년 퇴직후에도 이공계 현장을 떠나지 않았던 그는 올해 초까지 3년간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을 지내면서 특히 한 분야를 파고 들었다.'국제적 감각이 있는 젊은 과학자 양성'이었다. 이를 위해 미국 유럽연합(EU)과의 컨퍼런스를 정착시켰는데, 각국의 전문 과학자들과 우수한 젊은 과학자들이 함께 토론하고 연구 결과를 교류하는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앞으론 일본, 중국, 호주 등 아시아 지역 과학자들과 정기적인 모임도 추진할 생각이다.
이 전 총장은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원전에 대해서도 한마디 했다."일본 원전 사고 이후 원자력에 대한 사람들의 공포심이 어마어마합디다. 장기적으로 봤을땐 태양·풍력·조력 같은 대안에너지로 옮겨가는 게 바람직하나 그 때까진 원전을 안전하게 운영하는 게 우선입니다." 원전 확대엔 신중해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그의 또 다른 관심사는 학계의 화두이기도 한'통섭'이다. 이공계 학생들도 다양한 분야의 학문과 소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런 맥락에서 예술 교육을 중시하는 김용 미 다트머스 총장의 교육관에 100% 동의한다고 했다.
"예전처럼 하드웨어를 베끼던 시대는 지났어요. 소프트웨어에서 앞서가 새로운 걸 만들어내려면 이공계생들도 인문사회학을 공부하는 '통섭'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합니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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