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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잡고 기관총 겨눠보고… "을지문덕함 최고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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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잡고 기관총 겨눠보고… "을지문덕함 최고예요!"

입력
2011.09.27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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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전 경기 평택시 해군2함대사령부에 정박된 을지문덕함. 위용을 자랑하는 을지문덕함에 조금 특별한 병사가 승선했다.

가냘픈 체구의 꼬마 이등병이 약간은 힘겨운 듯 느릿한 걸음 걸이로 한발한발 갑판 쪽으로 발걸음을 올렸다. 키 128cm정도에 마른 체구. 11세 치고는 왜소한 느낌의 꼬마 병사였지만, 을지문덕함 장병 형들의 우렁찬 경례소리에 제법 씩씩한 거수 경례를 갖다 붙였다.

하얀 얼굴에 마스크까지 쓴 어린이 병사는 7년째 백혈병으로 투병 중인 신동혁(11)군이다.

동혁이는 백혈병 때문에 남들처럼 초등학교도 다니지 못하고 병원 신세를

지고 있다. 병원 어린이 코너의 많은 장난감들 가운데 특히'레고'로 함선을 만드는 걸 가장 좋아한다고 했다. 그래서 동혁이는 장래 희망도 등에는 네모진 깃을 드리고 가슴에는 삼각 천을 묶은 늠름하고 씩씩한 해군 장교다.

이런 동혁이가 을지문덕함에 오른 것은 난치병 아동의 소원을 이뤄주는 한국메이크어위시 재단 덕분이다. 재단 측이 동혁이의 사연을 접하고 평생 기억에 남을 이벤트를 준비한 것이다.

승선하자마자 동혁이는 을지문덕함 함장인 김흥석 대령에게 명예승조원 임명장을 받았다. 이후 배 구석구석을 돌아보며 이상 유무를 확인한 뒤 조타실로 향했다. 선글라스를 낀 채 키를 잡고 전방을 주시하는 모습이 제법 진지했다.

이번엔 함교로 올라가 M60 총기에 손을 뻗어 본다. 하지만 키가 작아 손이 닿질 않았다. 한 부사관에 안겨 M60을 잡고 바다위 가상의 적을 향해 조준을 해 보고서야 빙그레 한줌의 미소가 얼굴을 스쳐 지나갔다. 어머니 정효성(40)씨는 "다섯 살 때부터 어려운 항암 치료를 받다 보니 감정 표현이 서툴고 아프기 전의 활발하던 모습이 많이 사라졌다. 그래도 이렇게 밝은 모습은 오랜만에 본다"고 했다.

또래들 보다 약한 몸을 이끌고 함정 내부의 복잡한 구조물을 지나고 계단을 오르내리느라 지칠만도 한데 이날만큼은 배에서 내려올 때까지 힘을 냈다.

부대 내 서해 수호관으로 이동해선 '깜짝 동영상'을 선물로 받았다. 동영상에서 친구들과 부모, 해군 장병들은 한결같이 완쾌를 빌었다. 을지문덕함 승선 기념 케이크와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이라는 노래 선물을 마지막으로 3시간에 걸친 이벤트가 끝났다. "동혁아. 기분이 어때? 좋아?"라는 질문에 꼬마 병사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최고예요!"

평택=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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