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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논쟁] 원전 확대 이대로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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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논쟁] 원전 확대 이대로 좋은가

입력
2011.09.27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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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계기로 촉발됐던 원전 문제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9ㆍ15 대규모 정전사태 이후 원활한 전력 수급을 위해 원전을 더 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대두됐다. 여기에 미국을 방문했던 이명박 대통령이 22일 유엔 원자력 안전 고위급 회의 연설에서 "원전 확대 방침을 유지하겠다"고 밝혔고, 앞서 김창경 교육과학기술부 2차관도 국제원자력기구(IAEA) 총회에서 2030년까지 원전 비중을 59%로 늘리겠다는 정부 방침을 재확인한 게 원전 확대 논란에 기름을 붓게 됐다.

원전을 확대해야 한다는 쪽의 논리는 간단하다. 지난 정전사태로 블랙아웃 우려마저 제기된 만큼 국민 저항이 심한 전기료를 그나마 덜 올리면서 공급을 늘리고, 미래를 대비해 대체에너지를 확보 할 수 있는 방안으론 원전 확대가 유일하다는 것이다. 최대 걸림돌이 되고있는 안전성만 강화하면 원전 확대는 세계적인 추세라는 게 찬성 쪽의 시각이다. 김용균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등이 이런 입장이다.

하지만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반대하는 쪽의 집단 반발도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안전성이 100% 확보되지 않는 한 원전 확대는 국민 생명을 담보로 한 '흉기'나 마찬가지라고 판단한다. 강윤재 가톨릭대 연구교수는 "원자력은 반평화, 반생명, 반정의를 조장하는 에너지일 따름"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찬성

에너지 97% 해외 의존이 우리 현실, 환경문제도 해결하는 실질적 대안

지난해 우리나라의 에너지 수입규모는 1,228억 달러로서, 화석에너지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 수입액은 우리나라 3대 수출주력 상품인 반도체(515억 달러), 화공품(475억 달러), 선박(471억 달러)을 합한 수출액에 버금가는 규모이다. 최근 5년간 우리나라의 에너지 해외 의존도는 97% 수준이어서 국제유가가 급변하는 경우 최대의 피해자 중 하나로 우리나라가 거론될 만큼 심각한 상황이다.

안정적인 에너지 확보를 위해 전 세계는 국가의 역량을 총동원하는 경쟁 체제로 진입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국가경제 발전을 지속하기 위한 최우선 해결과제가 되고 있다. 더욱이 2005년 발효된 기후협약에 따라 온실가스 감축목표에 관한 교토의정서를 준수해 환경문제도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상태이다. 따라서 국가의 안정적인 에너지확보는 물론 온실가스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대체 에너지가 반드시 필요하다.

화석연료를 대체해 태양광, 풍력, 지열, 해양에너지와 같은 무공해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다면 이상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며, 연료전지, 수소에너지 같은 청정에너지가 미래 에너지원이 되어야 한다는 것에는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생산 단가가 원자력의 5~6배 수준으로 매우 높고 대량 생산을 위한 기술의 확보가 미진해 기간산업을 위한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기 매우 어렵다는 것이 현실적인 제약이다. 신재생에너지가 가장 활성화되어 있다는 EU에서도 10년 내지 20년 정도의 단기간 내에 원자력이 담당하는 수준까지 도달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판단한다.

이러한 상황 인식에 따라 지속가능한 에너지원으로 원자력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원자력은 현재 전 세계 에너지 생산의 5%, 전력 생산의 16%를 담당하며, 매년 30억톤의 이산화탄소 발생 저감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전 세계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약 280억톤이므로 원자력의 기여도가 10%를 넘는 것을 알 수 있다.

2007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일차에너지 소비 총량은 240만5,000TOE(원유 1톤을 연소시킬 때 나오는 에너지량)이고, 이 가운데 82.5%가 화석연료이며, 원자력은 14.9%, 수력, 신재생 및 기타 에너지원은 2.5%에 불과하다. EU의 경우엔 2004년 기준으로 원자력이 28.9%, 재생에너지가 12.4%이며, 나머지인 58.7%를 석탄, 석유, 천연가스에 의존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는 화석연료 비중 축소가 보다 시급한 상황이며, 신재생에너지의 증가분이 이를 단기간에 대체할 수 없으므로 원자력을 지속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원자력 지속의 전제 조건으로서 안전성을 제고하고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일련의 대책이 필요하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예상을 뛰어넘는 9.0 강도의 지진과 14m 이상의 해일로 인한 불가항력적인 사고였으나 상상 가능한 최악의 상황을 고려한 대비책의 마련과 준비가 필요함을 알려줬다. 예비된 4중, 5중의 중복 안전장치에 모두 문제가 생겼을 경우의 대비책이 필요하며 궁극적으로 완전 피동형 원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완전 피동형은 비상시 원전이 저절로 정지해 어떠한 경우에도 원전 외부로 방사능 물질이 다량 유출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사고대응체제의 개선이 필요하다. 일본에서 국가 역량이 총동원된 비상대응체제를 갖추지 못했었다는 지적이 있었던 만큼 우리나라의 경우엔 이를 방지할 수 있도록 원자력 사고에 대비한 국가 컨트롤 타워를 보완하고 평소에 대비 태세를 공고히 하여야 한다. 금년 10월에 발족 예정인 원자력안전위원회를 잘 구성하고 운영해 우리나라 원자력 산업의 안전성을 한층 제고시켜야 할 것이다.

원전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을 완전에 가깝게 찾아내 대비함으로써 원전 안전도는 높아질 수 있다. 궁극적으로 완전피동형을 적용한 원전을 개발해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개선시킴으로써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본다. 이러한 안전성 향상 조치들을 전제할 때, 화석 연료의 남용으로 인한 기후 변화에 대처하는 지속가능한 에너지원으로서 원자력을 선택하는 것만이 현시점에서의 실질적인 대안이 될 것이다.

김용균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반대

원자력은 반평화·반생명·반정의, 지금 탈원전해야 '죽음의 길' 벗어나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대재앙에도 정부의 원전확대정책은 요지부동이다. 낙후된 원전의 수명연장을 밀어붙이더니, 원전부지 선정 작업과 고준위 핵폐기물 처리문제 등 잠시 밀어두었던 계획들을 한꺼번에 해치울 기세다. 이런 정부의 태도는 이명박 대통령의 의중을 정확히 반영하고 있다. 유엔 원자력안전 고위급회의 기조연설의 내용은 그런 점에서 새삼스러울 것이 없다.

신속함이 항상 미덕은 아니다. 번지수가 틀리면 낭패 보기 십상이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대재앙의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 아전인수식 아집과 소탐대실은 곤란하다. 체르노빌 사고가 났을 때 일본의 원전전문가들은 옛 소련을 비웃으며, 자신들은 다르다고 자신했다. 그 결과는 어떠한가. 다시 한국의 원전전문가들은 일본을 비웃으며, 우리는 다르다고 큰소리친다. 안타깝게도, 역사적 불행은 그렇게 반복된다. 원전은 결코 안전하지 않다. 인류와 원자력은 결코 공존할 수 없다. 가슴 깊이 새겨야 할 경구다.

원자력은 반평화, 반생명, 반정의(불의)를 조장하는 에너지다. 모든 원자력은 핵무기로 통하고, 핵무기는 분쟁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원자력은 반평화다. 핵무기, 핵발전의 전쟁, 평화 양분 구도는 의도된 허구다. 방사능 누출은 죽음을 불러온다는 점에서 원자력은 반생명이다. 원전을 몇 겹으로 에워싸지만 방사능 누출을 막을 길이 없고, 핵쓰레기 하나 처리 못해 전전긍긍이다. 또한, 없는 사람들의 목숨을 밥과 바꾸도록 강요한다는 점에서 원자력은 사회정의를 파괴한다. 원전지역 주민들의 희생을 담보로 '값싼' 전기를 쓰는 것이 과연 정의로운 일인가. 핵폐기장도 마찬가지다.

원전은 경제적이며, 수출 효자 종목인가. 후쿠시마 사태로 도쿄 전력은 망했다. 보상금도 일본 정부가 국민의 세금으로 지불해야 한다. 이런데 어떻게 원자력의 발전단가가 쌀 수 있단 말인가. 원가산출방식이 크게 잘못되어 있다. 원전은 결코 경제적이지 않다. 일본의 경우, 54기의 원전 중 현재 15기만이 가동 중이다(그래도 올 여름 전력수급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빈번한 지진(해일)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필요도 없는 원전을 왜 이리 많이 지은 것일까. 일본 원전자료정보실의 활동가의 말처럼, 일본 원전산업의 생존이 그 답이다. 원전산업계는 원전을 계속 지어야만 하고, 손해를 보면서도 수출에 나서야 한다. 물론, 손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다. 우리라고 크게 다를까. UAE 원전수출은 정권 홍보용으로는 손색이 없지만 경제적 손익계산은 다를 수 있다. 이면계약 의혹이 보다 투명하게 밝혀져야 하는 이유다. 누구를 위한 경제이며, 무엇을 위한 수출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또한, 대체에너지가 불충분하니 원자력 이용을 포기할 수 없다는 주장은 앞뒤가 뒤바뀐 것이다. 원자력을 쓰면 쓸수록 우리는 원자력 기술시스템에 더욱 갇히는 신세가 되고 만다. 프랑스를 보라. 프랑스는 전기의 60% 이상을 원자력에 의존하고 있다. 이제 프랑스의 탈원전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독일은 프랑스와 상반된 길을 갔다. 독일은 재생가능에너지를 확대하는 정책을 꾸준히 펼쳐나갔다. 그 결과, 풍력과 태양광을 중심으로 한 에너지 전환의 토대를 다질 수 있었다. 2022년 탈핵선언은 그 동안 다져온 노력의 결과다. 독일의 재생에너지 산업은 놀라운 성장속도와 높은 고용창출 효과를 선보이며, 수출에도 한몫하고 있다. 왜 우리는 죽음의 길인 프랑스와 일본의 길로 가야 하는가.

독일이 체르노빌을 계기 삼았듯, 우리도 후쿠시마를 에너지 전환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원전 밀집도가 높은 우리의 경우, 원전사고는 대참사를 예고한다. 따라서 탈핵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조건이다. 무엇보다 원전확대정책을 당장 멈추고, 에너지 전환을 위한 장기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에너지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문제는 공급이 아니라 수요이기 때문이다. 최근 발생한 정전사태도 전력 공급이 아니라 수요 관리와 예측 실패로 말미암은 것이다. 에너지 효율과 절약을 통해 에너지 소비를 줄여나가고, 필요한 전기를 재생가능에너지로 공급해야 한다. 그 속에 새로운 기술발전과 경제성장, 지속가능한 미래도 함께 있다.

강윤재 가톨릭대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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