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63ㆍ사법연수원 2기) 신임 대법원장이 “구속영장 제도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보석 조건부 구속영장제’의 도입 추진을 시사했다. 현행 형사사법제도의 대폭적인 손질을 의미하는 것으로, 중요 사건에 있어 피의자 구속을 중시하는 검찰의 반발이 예상된다.
양 대법원장은 27일 취임식 이후 오후 2시에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불구속 재판의 원칙은 (형사소송법에) 명문화돼 있는 만큼 법원이 원칙으로서 추구하고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이다. 구속은 형벌의 사전 집행이 아니라 신병 확보의 수단”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수사기관의 구속영장 청구 시 발부단계에서 미리 보석 조건을 까다롭게 정해 영장 발부와 동시에 석방도 가능하도록 한다면, 구속의 효과도 달성하면서 피의자의 자유권도 제약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라며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양 대법원장의 이 같은 생각은 참여정부 시절인 2006년 사법개혁추진위원회에서 논의됐으나 도입 무산된 ‘석방심사제도’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맡은 판사가 영장을 발부할 경우, 이와 동시에 보증금은 물론, 주거제한이나 출국금지, 피해보상금 공탁 등 다양한 석방 조건을 제시해 이 조건을 충족하면 곧바로 석방시키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형사소송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인 데다, 검찰이 수사환경 악화를 이유로 강력 반대할 게 뻔해 공론화 및 입법 과정에서 상당한 마찰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양 대법원장은 이에 앞서 이날 오전 10시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1층 대강당에서 취임식을 갖고 제15대 대법원장에 공식 취임했다. 양 대법원장은 첫 공식 업무로 조만간 대법관 제청자문위원회를 구성, 오는 11월 임기가 끝나는 김지형(53) 박시환(58) 대법관의 후임 대법관 인선 작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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