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민운동 대부… 대기업 후원금이 검증 타깃
정치권 관계자들은 서울시장 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1위를 달리는 박원순 변호사에 대해 한결같이 "공직을 맡은 적이 없어서 아직 신상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여권 관계자들은 우선 "행정 경험이 없는 시민운동가가 수도 서울을 제대로 이끌어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박 변호사 측은 "시민운동을 하면서 보여줬던 창의성과 추진력, 갈등 조정 능력 등이 서울시 운영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반박했다.
박 변호사가 시민단체 활동을 하면서 대기업에서 받은 후원금의 사용 내역은 정치권의 타깃이 되고 있다. 여야 모두 박 변호사가 시민단체를 운영하면서 후원금 중 일부를 불투명하게 사용했을 가능성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박 변호사는 "나눔 운동을 하면서 가난한 사람에게만 후원을 받는 게 말이 되느냐"고 항변했다. 그는 지난 20일 인터뷰에서 "아름다운 재단은 기부문화를 확산시키려는 시민운동으로 대기업의 후원금을 받았다"며 "급여 등 회계자료는 인터넷에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박 변호사의 재산도 논란거리가 될 수 있다. 지난주 박 변호사가 보증금 1억원, 월세 250만원을 주고 서초구 방배동의 아파트(61평)에서 살고 있다고 밝힌 뒤로 "시민운동가가 강남 대형 아파트에 살고 있느냐"는 네티즌들의 비판도 적지 않다.
박 변호사는 26일 한 라디오에 출연, "1995년 변호사를 그만 둔 뒤 집을 팔고 전세로 갔고, 전세 보증금이 계속 줄어 지금 1억원이 남았다"며 "이는 가난한 시민운동가 상황을 여실히 보여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강남에서도 본래 압구정동에 살다가 반포, 방배동으로 밀려나고 있는 단계"라고 덧붙였다. 정확한 재산 규모에 대해 박 변호사 측은 "인테리어 회사를 운영하는 배우자의 부채 등을 파악하고 있다"며 "후보로 공식 등록할 때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배우자 회사가 아름다운가게 매장과 아름다운재단 후원사인 현대모비스에서 인테리어 사업 계약을 다수 체결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박 변호사 측은 "아름다운가게 설립 초기에 매장 인테리어 시공업자들이 현금 결제를 요구하는 바람에 배우자 회사가 일단 18개 매장을 외상으로 시공해 줬다"며 "현대모비스의 경우는 배우자 회사가 직접 계약을 따냈고 박 변호사와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박 변호사는 4급 보충역으로 병역을 마쳤다. 박 변호사 측은 "후사가 없는 작은 할아버지의 양손자로 입적돼 '부선망독자'(아버지를 일찍 여읜 독자)로 6개월 복무 판정을 받았으나 행정 착오로 8개월 복무하고 제대했다"고 말했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 박원순은 누구인가
야권의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인 박원순 변호사는 인권 변호사 출신의 시민운동가다. 재야에서는 시민단체운동의 선구자로도 불린다.
박 변호사는 이른바 '긴급조치 9호 세대'로 1975년 서울대 사회계열 1학년 재학 중 유신 반대 집회에 참석했다는 이유로 투옥된 뒤 제적을 당했다. 이후 단국대 사학과에 재입학해 사법시험(22회)에 합격했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사시 동기다.
1년 남짓한 검사 생활을 거쳐 변호사로 개업한 그는 1980년대 대표적인 인권 변호사로 이름을 날렸다. 권인숙 성고문 사건과 미국 문화원 사건, 말지 보도지침 사건 등 굵직굵직한 시국 사건에 빠진 적이 없다.
10여년간 인권 변호사로 활동하던 박 변호사는 1995년 참여연대 사무처장을 맡으면서 시민운동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의 시민운동은 대체로 3기로 구분된다. 참여연대 활동은 소액주주 권리찾기 운동 등 권력 감시에 역점을 뒀다. 2000년 시작한 아름다운재단은 기부문화 확산을 목적으로 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사회운동으로 평가받았다. 2006년에 출범한 희망제작소는 일종의 창안센터로 정부ㆍ기업연구소와 달리 시민 입장에서 정책을 입안해 보려는 새로운 시도였다.
박 변호사는 2000년 낙천낙선운동을 벌이고 2004년 탄핵무효 범국민행동 공동대표를 맡는 등 줄곧 진보진영 편에 섰다. 그러나 그는 검사 및 변호사 출신 이력과 아름다운재단 및 희망제작소 활동을 거론하며 "진보와 보수에서 모두 환영할 수 있는 후보"라고 자평한다. 시민사회 쪽에서는 '걸어 다니는 아이디어뱅크'라며 그의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평가한다. 등산 마니아로도 알려져 있다.
김정곤기자 jkkim@hk.co.kr
■ 서울시정 비전·정책
박원순 변호사의 서울시 비전과 정책은 "한나라당이 맡았던 과거 10년간 서울시에 시민이 없었다"고 주장하는 데서 출발한다. 박 변호사는 "이명박∙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대권 꿈이 커가는 10년 동안 시민들의 꿈과 희망은 오히려 축소되고 실종됐다"고 주장했다. 이런 이유로 박 변호사는 이번 선거 캐치프레이즈를 '시민이 시장입니다'로 정했다.
박 변호사는 우선 전시성 토건 예산을 삭감해 그 재원으로 복지, 환경, 교육 등 시민의 삶을 보듬는데 쓰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우선 오 전 시장이 추진했던 한강르네상스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사업의 일부인 한강운하 사업을 폐기하고 자연형 한강을 복원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박 변호사는 한강 수중보를 철거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전문가와 폭넓은 논의를 거친 뒤 최종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친환경 무상급식 정책을 조기에 확정해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히는 등 민주당과 유사한 측면도 보인다. 하지만 "과잉으로 정치화된 서울을 바로잡겠다. 정파의 이익이 아니라 오직 시민의 이익을 챙기겠다"는 기조를 내세우는 등 여야 모두를 개혁 대상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사회복지적 일자리 생산, 창조적 벤처기업 창업 지원, 재건축ㆍ재개발 과속 추진 방지, SH공사 개혁 등도 내세우고 있다.
한편 박 변호사는 법정선거운동 비용(38억8,500만원) 마련을 위해 26일 '박원순펀드'를 개설했다. 박 변호사 측은 "시민이 빌려준 돈으로 선거를 치르는 펀드 구상을 밝힌 이후 문의가 폭주하더니 오늘 펀드 개설 직후 시민들의 가입 신청이 쇄도해 홈페이지가 일시 다운되기도 했다"며 "이날 밤 9시까지 약정금액으로 2,500여명으로부터 15억7,000만원을 모금했고 이 중 11억8,000만원이 실제 입금됐다"고 밝혔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 박원순, 민주 후보 박영선과 신경전 돌입
10ㆍ26 서울시장 보선의 야권 후보 단일화를 놓고 내달 3일 격돌할 민주당 박영선 후보와 무소속 박원순 변호사가 신경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양측은 '아름다운 경선'을 내세우며 네거티브식 인신 공격은 삼가면서도 경선일을 일주일 앞두고 치열한 기선잡기 경쟁에 나섰다.
박 후보는 26일 MBC라디오에 출연, "구청장, 시의원, 구의원 대부분이 민주당 소속"이라며 "정당이라는 용광로 속에서 서울시장 선거를 바라봐야 한다"고 밝혔다. 안정적인 서울시정을 위해서 또 한나라당의 조직력에 맞서기 위해서 민주당 후보가 본선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 후보는 또 "이번 선거는 이명박(MB) 정권에 대한 심판인데, 박 변호사는 이에 대한 뚜렷한 메시지를 내놓지 않고 있다" "무상급식 전쟁 현장에 박 변호사는 없지 않았는가" 등으로 공세를 취했다.
이에 맞서 박 변호사는 '새로운 정치'를 주장하며 박 후보와의 차별화를 시도했다. 그는 이날 CBS라디오에 출연해 "민주당과 정치권이 여러 일을 해 왔지만 나는 정치적 흐름에 새로운 변화의 물꼬를 터야 한다는 시민의 요구를 대변하고 있다"고 맞받았다. 여야를 통틀어 지지율 선두를 달리는 점을 강조하는 언급이다.
박 변호사는 또 '여론조사 30%, TV토론 후 배심원 평가 30%, 현장투표 40%'로 가닥이 잡힌 단일화 경선 룰과 관련, "내부에서 필패라는 얘기까지 있었지만 우리 국민들과 시민들을 믿는다"며 거듭 '대승적 양보'였음을 강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박 변호사의 경선 룰 수용 주장에 발끈했다. 이인영 최고위원은 이날 "'3대3대4' 방안은 민주당이 주장한 방안이 아니라 각 정당과 박 변호사 측, 시민사회 등이 합의해 조정한 안인데 민주당 안을 수용한다고 말하는 것은 오류"라고 지적했다. 이 최고위원은 또 배심원 투표도 여론조사라는 점을 지적하며 "여론조사와 현장투표 비율은 6대 4로, 박 변호사에게 불리한 게 아니다"며 "더구나 경선 룰 협상이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합의 과정을 공개한 것은 중대한 파울 플레이 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양측은 국민참여경선의 참가자 선발을 놓고도 이견을 거듭하고 있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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