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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태 칼럼] "한국은 자유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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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태 칼럼] "한국은 자유민주주의"

입력
2011.09.26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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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인가, 자유민주주의인가. 새 역사 교과서에서 가르칠 한국 현대사의 핵심 개념을 어느 걸로 해야 옳은지 논란이 한창이다. 학계와 정치권에 언론까지 뒤엉킨 논쟁이 자못 어지럽다.

물색 모르는 이들은 "그게 그거 아냐"하고 고개를 갸웃거릴 법하다. 학자들도 흔히 자유민주주의를 줄여 그냥 민주주의로 쓴다. 엄밀한 개념이 다르다고 해서, 학생들을 제대로 가르치겠다며 떼 지어 드잡이할 일인가 싶다.

뒤틀린 역사교과서 기준 논란

학문과 경륜이 남다른 이들이 목청 높이는 까닭은 이해할 대목이 있다. 교육과정개발에 참여한 전문가들은"4ㆍ19 혁명 이후 민주주의 발전을 설명한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고 한다. 이걸 교과부가'1960년대 이후 자유민주주의 발전'으로 고쳤다니, 경위와 시비를 따질 만하다.

그러나'민주주의'개념을 고수해야 마땅하다며 맨 앞에 내세우는 논리는 묘하게 뒤틀린 느낌이다. 과거 자유민주주의를 반공주의나 시장자유주의로 오용하고 독재에 악용했기에 기피한다는 논리는 어색하고 어설프다. 그런 논법이라면, 민주주의 용어가 악용된 역사는 훨씬 유구하다. 1980년대까지 공산주의 국가를 비롯한 세계 대다수 나라가 민주주의를 표방했지만 허울뿐인 가짜가 더 많았다.

꼬인 실마리를 풀려면 민주주의와 자유민주주의, 사회민주주의의 내력을 먼저 살피는 게 좋겠다. 그래야 1960년대 이후 한국 현대사 교육에 뭐가 적실(適實)한지 올바로 가늠할 수 있을 듯하다.

고대 그리스에 이미 등장한 민주주의의 기본이념은 국민주권이다. 자유와 평등 의식도 일찍부터 싹텄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17세기말에 이르도록 교회와 봉건영주, 전제군주에 억눌렸다. 그 무렵, 자유주의(liberalism)가 본격 대두했다.

군주와 국가 권력에 맞서 개인의 자유와 인권, 평등, 자유시장과 무역 등을 외친 자유주의는 미국 독립과 프랑스 혁명의 동력이었다. 그 결과, 자유주의와 민주주의가 결합한 자유민주주의(liberal democracy)의 원형이 등장했다. 자유민주주의는 러시아 혁명, 대공황, 세계 대전을 거치면서 도전과 위기, 수정과 변혁을 겪었다. 케인즈 경제학과 루스벨트 뉴딜 정책 등 국가의 적극 개입과 사회적 자유주의 프로그램을 통해 분배 정의와 경제 민주화 등 다양한 이념과 가치를 포용한 민주 정치체제를 지칭하게 됐다.

사회민주주의(social democracy)의 출발인 사회주의는 자유와 평등의 민주주의를 가로막는 자본주의 타파를 목표로 삼았다. 그러나 2차 대전 이후 마르크스주의와 결별, 사회주의로의 점진적 개량을 지향했다. 이어 뉴라이트와 신자유주의가 득세하자, 서유럽 등의 사민주의 정당은 사회주의 목표를 버리고 복지국가 자본주의로 돌아섰다.

대충 이런 내력에 비춰보면, 역사교과서 서술에 준거로 삼을 우리 헌법이 국민주권과 기본권 존중 등 자유민주주의 이념과 함께 복지국가주의와'사회적 시장경제' 등 사회민주주의를 기본원리로 아우른 것은 자연스럽다. 특히 헌법 전문(前文)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여'라는 대목을 자유민주주의를 천명한 것으로 볼만하다.

현대사 교육 적합성 바로 살펴야

이걸 굳이 법제처 영문 번역처럼'자유롭고 민주적인 기본질서(the basic free and democratic order)'로 읽는 건 오히려 이상하다. 이를 '자유민주주의 선언'으로 읽는데 반대하는 이들은 신자유주의 추종자들이 이 대목을 자유시장경제 선언이라고 강변, 사회적 시장경제 조항의 삭제를 주장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애초 황당한 요구를 뿌리치려면, 자유민주주의 선언으로 읽는 게 더 낫지 않나 싶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사회적 시장경제'의 원조 독일을 비롯한 유럽연합(EU) 국가와 미국 남아공 브라질 인도 일본 대만 등 80여 개국이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분류된다. 한국도 거기에 들어간다. 그냥 민주주의로 분류되는 나라는 훨씬 더 많다.

강병태 논설위원실장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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