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신임 대법원장이 6년 임기를 시작했다. 국내외적으로 정세 격변과 가치의 변화, 권력교체의 대혼돈 시기에 출범하는 양승태 사법부의 역할은 크고 무겁다. 시대상황상 사회갈등이 폭발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도 높기 때문이다. 사법부가 흔들림 없이 엄정한 법적 판단으로 국가사회의 중심을 잡고, 나아가 사회통합의 역할까지 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그러므로 사법부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독립적이고도 공정한 법적 판단의 신뢰를 세우는 데 맞춰져야 한다. 이 점에서 전임 이용훈 대법원장은 사법부의 정치적 독립성 확보에 관한 한 의미 있는 성취를 이룬 것으로 평가할만하다. 진보적 판결에 치우쳤다는 일부 비판도 있으나 사회적 소수자의 자유와 권리를 더 배려해야 한다는 원칙에서 보면 크게 균형을 잃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신임 양 대법원장은 국익과 안보에는 보수적이되, 소수자 인권보호 측면에서는 진보적 입장을 보였다는 점에서 이 혼란의 시기에 중심을 잡는 역할을 훌륭히 수행할 적임으로 평가한다.
연말과 내년의 대법관 임명제청은 양승태 사법부를 가늠하는 가장 중요한 시금석이 될 것이다. 이념성향과 출신 등 여러 측면에서 치우치지 않는 균형성과 다양성 확보가 평가의 관건이다. 대법관 구성에서부터 현저하게 균형을 잃으면 사법부의 판단이 사회의 최종적이고도 확고한 기준으로서의 권위를 인정받을 수 없게 되고, 나아가 사법부가 갈등 해결과 통합의 기능을 수행할 수 없게 됨은 말할 것도 없다.
큰 방향 외에 세부적으로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판사 충원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법조일원화가 당장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진행되고, 국민참여재판제도의 확대, 대법관 부담 경감, 법관 인사권 분산, 영장제도 재검토, 또 자주 문제가 돼온 판사의 자질 함양 등이다. 모두가 사법서비스와 재판의 질을 높임으로써 보다 국민에게 가깝게 다가가는 데 중요한 것들이다. 양 대법원장이 인사청문회에서 국민과의 소통, 투명하고 열린 법원을 분명하게 표방한 만큼 이 부분에서도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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