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거나 말거나' 뉴스다. 한국일보(26일자 10면)에 의하면 24일 경기 용인시 42번 국도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는 그야말로 '소설 같고 만화 같은 사건'이었다. 관광버스가 앞서가던 화물차에 실린 강철 H빔을 들이받는 바람에 운전석이 박살 나고 운전자가 튕겨져 나가 즉사했다. 관광객 36명을 태운 차는 운전자 없이 1㎞ 이상 중앙분리대와 가드레일을 들이받으며 질주했다. 결국 도로 옆 전봇대에 부딪혀 정지했는데 승객 모두가 미세한 부상만 했다. 경찰은 "인솔자가 안전벨트를 착용토록 독려한 것이 참사를 막았다"고 밝혔다.
▦미국 운전면허 시험은 주(州)마다 다르다. 워싱턴 D.C. 주변 버지니아주의 필기시험 문제 하나가 흥미롭다. '안전벨트를 매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4지 선다형이다. ③은 '운전자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서', ④는 '그것은 법이니까'라고 돼 있다. 한국인이라면 으레 ③을 정답으로 고른다. 하지만 그건 틀린 답이고 정답은 ④다. 법으로 정했으니 무조건 지키라는 '법치주의의 압력'을 넘어 안전벨트가 비(非)운전 승객도 보호해야 한다는 함정도 뒤늦게 깨닫게 되었다. 물론 보험업계의 압력(입법 취지)도 있었을 터이다.
▦1886년 자동차가 발명되고, 1900년대 비행기가 나타나면서 운전자가 회전이나 급정지하면서 좌석에서 튕겨져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1913년 독일 비행사가 좌석에 몸을 묶고 운행한 이후, 가죽 끈으로 가슴을 동여매는 장치가 일반화했고, 2차 대전 때부터 모든 항공기에 안전벨트가 장착됐다. 독일에서 비행기 활주로를 겸한 아우토반이 건설되면서(1935년) 운전자를 좌석에 묶어놓기 시작했고, 1936년 스웨덴 볼보 자동차가 '한 줄짜리(2점식) 안전벨트'를 선보였다. 현재의 '두 줄짜리(3점식) 안전벨트'는 1959년에야 나타났다.
▦요즘엔 에어백(SRS)이다. 하지만 그것은 안전벨트가 전제된 장치다. SRS, Supplemental Restraint System은 보조장치라는 뜻이다. 안전벨트 없는 에어백은 운전자나 승객에게 더 위험하다. 최근엔 안전벨트를 매지 않았을 경우 아예 에어백이 작동되지 않게 설계되기도 한다. 자동차 안전벨트 하나가 세계적으로 120만 명 이상의 목숨을 구했다(부상자는 20배 이상)고 한다. 우리는 1978년에야 의무화했는데 그것도 '착용'이 아니라 '장착'이었다. 1986년에야 착용이 의무화하고 내년부터 모든 승객에게 적용된다. 늦었지만 꼭 지켜야 한다.
정병진 수석논설위원 bjj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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