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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투자 없인'제2 우생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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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투자 없인'제2 우생순' 없다

입력
2011.09.26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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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런던올림픽이 11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올림픽을 통해 우리 국민들은 커다란 감동과 환희를 맛보곤 한다. 세계 10위권 수성을 노리는 예비 국가대표들은 지금도 태릉선수촌이나 매트 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그러나 금메달 경쟁에 나서는 한국 스포츠의 현실이 장밋빛만은 아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철우 한나라당 의원은 최근 대한체육회 국정감사에서 2008년 이후 해체된 지자체 업팀이 52개라고 지적했다.

지자체 실업팀은 대기업들이 인기 종목인 야구 축구 농구 배구를 선호함에 따라 나머지 비인기 종목 육성과 저변 확대를 위해 국민체육진흥법에 의해 서울올림픽 이듬해인 1989년부터 창단됐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재정난을 이유로 팀을 해체하는 사례가 잇달아 스포츠 경쟁력의 추락이 우려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성남시 체육회가 복싱 탁구 배드민턴 궁도 레슬링 테니스 씨름 유도 핀수영 빙상 등 10여개 실업팀을 해체했고, 올해에는 용인시 체육회가 역도 정구 보디빌딩 우슈 배구 등 5개 실업팀을 없앴다. 지자체 실업팀은 대부분 비인기 종목인데다 기초종목이어서 해체가 가속화되면 선수층이 얇아져 궁극적으로는 경기력 저하로 이어진다.

우리는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여자 핸드볼 대표팀이 이뤄낸 쾌거를 기억한다. '우생순(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라는 제목으로 영화화까지 돼 많은 팬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하기도 했다. 여자 핸드볼 대표팀은 당시 결승전에서 우리보다 체격 조건이 월등한 덴마크를 맞아 연장 접전 끝에 석패, 은메달에 머물렀다.

아쉬운 은메달이었지만 여자 핸드볼 대표팀의 쾌거는 온 국민의 가슴을 울렸고 이후 여자 실업팀 창단 러시가 이어졌던 걸로 기억된다. 그러나 지금도 스스로 '한데볼'이라고 하는 핸드볼인들의 자조적인 표현처럼 붐은 '찻잔 속의 태풍'에 그쳤고 슬그머니 해체되는 팀들이 생겨났다.

여자 핸드볼 용인시청팀도 시한부 판정을 받고 있다. 지난 6월말 해체 예정이었던 용인시청팀은 일단 연말까지로 미뤄졌지만 해체는 요지부동인 것처럼 보인다. 문제는 성남시나 용인시 같이 비교적 재정이 튼튼한 지자체까지 팀 해체에 앞장 서고 있다는 점이다.

1980~90년대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던 민속씨름은 한 때 8개의 실업팀으로 전성기를 누렸던 적이 있다. 그러다 연맹의 내분과 덩치 씨름이 대세가 되면서 인기는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씨름팀은 해체됐고 현재는 현대삼호중공업이 유일한 프로팀이다. 그러나 대한씨름협회 주도로 각 지자체들이 씨름팀을 창단하면서 '제2의 전성기'를 예고하고 있다.

최근 지자체들의 인식 전환으로 생활체육의 인프라는 몰라보게 좋아졌다. 웬만한 공원과 천변에는 가볍게 운동할 수 있는 운동기구들이 경쟁하듯 세워지고 있다. 그리고 각 지자체들은 앞다투어 전국대회를 유치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자체들이 유치하는 전국대회는 당장 지역주민들을 즐겁게 해주고 볼거리를 제공하는 데는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반면 지자체들이 운영하는 비인기 종목 팀이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많은 투자와 시간이 소요된다. 투자와 노력 없이 달콤한 열매만 기대하는 것은 속된 말로 '도둑놈 심보'다. 화려한 금메달의 뒤에는 남모르게 흘린 눈물과 땀방울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대중들은 화려한 영광만 기억할 뿐 올림픽 금메달을 따기 위해 흘렸던 4년간의 땀방울은 외면하곤 한다. 노력 없는 금메달이 없듯이 투자 없이는 '제2의 우생순'도 기대난망이다.

여동은 스포츠부장 dey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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