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사업청이 발암물질이 들어있는 음식재료를 유통하려다 적발된 업체 2곳으로부터 116억 원 규모의 물품을 구입해 군 부대에 공급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방사청이 25일 국회 국방위원회 한나라당 정미경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유통업체 S사는 2009년 3월 스파게티 소스의 원료가 되는 토마토후레바(향신료의 일종)를 수입하려다 식품의약품안전청에 적발됐다. 통관검사에서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발암물질인 벤조피렌이 검출됐기 때문이다. 벤조피렌은 자동차 배기가스나 쓰레기소각장에서 나오는 연기에 포함된 환경호르몬으로 체내에 축적되면 암과 돌연변이를 유발한다.
식약청은 즉시 S사를 부적합업체로 지정해 수입물량을 전부 폐기하고 국내 공장을 폐쇄했다. 하지만 S사는 수입선을 바꿔 불과 2개월 후인 같은 해 5월 아무런 제약 없이 방사청의 입찰에 참여했고, 7월부터 5억8,000만원 상당의 토마토후레바를 군에 납품했다. 적발되더라도 원산지가 바뀌면 통관절차에서 별도 품목으로 간주되는 허점을 이용한 것이다.
S사는 이후에도 계약을 계속 따내 올해까지 같은 물품을 16억원어치나 방사청에 공급했다. 이를 포함해 S사는 2009년부터 올해까지 3년간 짜장소스 오이피클 튀김가루 마요네즈 등 9개 종류, 총 70억원 규모의 식자재를 방사청에 납품했다.
또한 국내 M사도 21억원 어치의 군 납품 어묵에 발암가능물질인 아질산이온을 사용하다 2009년 식약청에 적발돼 부적합 판정을 받았지만 역시 수입선을 바꿔 올해까지 추가로 25억원 규모의 공급계약을 맺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아질산이온은 장기간 섭취하면 빈혈 등 혈액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어 사용이 제한돼 있다. 납품 어묵은 실제 군 부대에서 전량 소비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방사청의 식자재 납품업체 관리가 허술한 것은 입찰자격에 사실상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업체가 워낙 많다 보니 공장등록증만 제출하면 별다른 사전조사 없이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 방사청 관계자는 "식약청에서 통보가 없었기 때문에 S사와 M사가 부적합업체인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며 "그렇다고 우리가 따로 모니터를 하는 것도 아니다"고 해명했다. 정 의원은 "먹거리를 공급하는 군납업체가 믿을 수 있는지 계약에 앞서 검사를 철저히 해야 군에 대한 신뢰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