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판사 출신·대중적 인기… "사학 집안 딸" 부담
한나라당 나경원 최고위원에 대해 비토 진영은 "콘텐츠가 부족한 이미지 정치인 아니냐"는 비판론을 제기한다. 이들은 나 최고위원의 행정 경험 부족을 들어 인구 1,000만명, 예산 20조원을 다루는 수도 서울의 수장을 맡기에는 부적격이라고 주장한다.
나 최고위원의 주요 경력은 판사 7년, 국회의원 7년이 전부다. 그가 맡았던 주요 당직은 최고위원 두 번과 대변인 정도다. 원내부대표와 제6정책조정위원장(문화ㆍ교육 분야), 국회 문방위 간사 등을 맡기도 했지만 이명박∙고건∙조순 전 서울시장 등에 비해 중량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나 최고위원도 이를 의식한 듯 "서울시장은 행정도 잘 해야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다양한 갈등을 조정하는 정치력"이라고 밝혔다.
'대규모 사학재단 집안의 딸'이라는 꼬리표도 부담이다. 나 최고위원의 부친은 화곡중ㆍ고교 등을 운영하는 홍신학원 등 6개 법인, 17개 학교의 이사장 또는 감사를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에서는 나 최고위원이 사학법 파동 당시 장외투쟁 등에 적극 나선 것을 두고 이러한 배경에서 나온 '사학 감싸기'라고 주장한다. 이에 나 최고위원 측은 "사학법 반대는 당시 한나라당의 당론"이라고 밝혔다.
올해 3월 공개된 재산변동 신고 내역에 따르면 나 최고위원의 재산은 40억5,757만원으로 한나라당 최고위원 중 가장 많다. 예금(20억5,691만원)과 아파트 한 채 와 상가 등 건물(18억1,343만원)이 대부분이었고, 다이아몬드 반지(2캐럿ㆍ700만원)와 헬스클럽 및 콘도 회원권(1억1,000만원)도 목록에 포함됐다.
17대 국회 개원 직후인 2004년 6월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자위대 창설 5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나 최고위원은 "초선으로 의정활동을 시작한 지 얼마 안됐을 때 행사 내용을 모른 채 갔다가 현장에서 뒤늦게 알고 되돌아 왔다. 저의 불찰"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대표는 "당시 참석 예정이라고 한 국회의원 5명에게 항의 팩스도 보냈다"고 반박했다.
야권 일부에서는 "나 최고위원 후원회가 (18일 퇴출된) 제일저축은행의 사무실을 사실상 공짜로 사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야권 관계자는 "후원회가 제일저축은행이 입점한 장충동 건물에서 2년 간 거주하면서 임대료 55만원을 단 한 차례만 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나 최고위원 측은 "후원회 계좌에서 계속 임대료를 내오다 단 한 차례 정치자금 회계에서 냈을 뿐"이라며 "정치자금 회계만 보고 후원회 회계보고는 보지 않고 일방적 주장을 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 정치 이력
10ㆍ26 서울시장 보선에 나설 한나라당의 유력한 후보인 나경원 최고위원은 대중적 인기가 높은 여성 의원이다. 재선 의원인 그는 판사 출신으로 2002년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후보의 정책특보로 정계에 입문했다.
이회창 후보의 대선 패배 이후 변호사로 활동하다가 2004년 17대 총선 때 비례대표로 원내에 진출했으며, 2008년 18대 총선 때 서울 중구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당 전당대회에서 자력으로 선출직 최고위원으로 당선돼 정치적 영향력을 과시했다.
나 최고위원은 17대 국회 때 당 대변인 및 이명박 대통령후보 중앙선대위 대변인으로 활동하면서 인지도를 쌓았다. 17대 대선후보 경선 당시 중립을 지켰으나 당내에서는 범친이계로 분류된다. 18대 국회 전반기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간사를 맡아 미디어법 처리 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했다.
지난해 6ㆍ2 지방선거 때 서울시장후보 당내 경선에 나서 1차적으로 원희룡 최고위원과의 단일화 경선에서 승리하면서 상승세를 탔으나 결국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에게 패했다. 이번이 두 번째 서울시장선거 도전인 셈이다. 현정부 들어 개각 때마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하마평에 오를 정도로 여권 내부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아왔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당 공천개혁특위위원장을 맡아 상향식 공천을 원칙으로 하는 공천개혁 논의를 주도하기도 했다.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큰 딸에 대한 얘기를 숨김없이 털어놓고 국회 연구모임인 '장애아이 위 캔(We Can)'모임을 결성하는 등 장애아 복지 문제에 관심이 많다. 반면 언행이 신중한 편이어서 대중적 인기에 비해 자기 색깔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빼어난 외모와 깔끔한 언변 등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이미지 정치에 치중한다"는 지적을 받고, "탤런트 정치인 같다" 는 비판론을 듣기도 했다.
신정훈기자 hoon@hk.co.kr
■ 서울시정 비전·정책
한나라당 나경원 최고위원의 서울시 비전과 정책은 시민들의 행복을 위한 생활시정 구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생활특별시'라는 구호를 모토로 거대담론보다는 소프트웨어 구체화에 중점을 두겠다는 것이다.
우선 복지 정책과 관련, 생활복지기준선을 마련해 복지 정책의 효율적 분배를 꾀하는 동시에 장애인, 독거노인 등 취약계층을 위한 최저생활기준선도 만들어 시민 전체가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시정을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나 최고위원은 그 동안 반대 입장을 고수해왔던 전면 무상급식 문제에 대해 최근"시장이 된다면 무상급식 문제에 대해 원점에서부터 교육감, 시의회와 함께 논의하겠다"며 전향적으로 검토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도시계획 패러다임 자체를 개발 중심에서 생활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구체적으로 보육시설과 도서관, 체육시설 공간 확대와 재난대비시스템 강화, 지하철보안관 제도 및 단독주택지원센터 적극 활용 방안 등을 제시했다.
오세훈 전 시장과의 정책적 차별성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나 최고위원은 23일 출마선언에서"(25조원이 넘는 서울시의) 빚을 줄이기 위해 대규모 축제와 행사 등 전시성 예산을 줄이고 검증되지 않은 개발사업은 시민, 전문가의 의견을 토대로 다시 한번 점검하겠다"고 언급했다. 야권 후보의 정책 공세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각을 세우겠다는 구상도 갖고 있다. 박원순 변호사의 한강 수중보 철거 시사 발언에 대해 강력하게 반대 의사를 밝힌 것은 이 같은 전략에 따른 것이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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