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이국철(49) SLS그룹 회장을 전격 소환한 검찰은 주말에도 수사팀 대부분이 출근해 향후 수사방향과 범위에 대해 논의하는 등 분주히 움직였다.
검찰 수사는 크게 두 갈래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우선 SLS그룹 워크아웃(기업회생절차) 과정에서 금융비리가 있었는지 살펴보고 있다. 검찰 조사를 받고 나온 이 회장은 "검찰이 SLS그룹 워크아웃 과정과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관련 사안을 조사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2009년 말 SLS그룹이 해체되는 과정에서 주거래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보험공사 고위인사가 금품을 받았는지, 산업은행이 선주 동의 없이 선박발주 계약을 일방적으로 취소했는지, SLS그룹 일부 자산이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부당하게 소유권이 이전됐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이 회장은 "2009년 검찰 수사 직후 내 의지와 상관없이 워크아웃이 진행돼 회사가 파산했다"며 정권 개입설을 주장해왔다. 검찰은 청와대 기획수사 등 다소 민감한 주장이 제기된 만큼 사실 여부를 명확히 정리해 의혹 해소에 나설 예정이다.
이 회장의 가장 큰 관심사가 워크아웃 과정의 비리 의혹이라면, 정치권에서는 정권 실세에 대한 금품로비 의혹 수사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 회장이 신 전 차관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등 이명박 정부 측근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폭로전에 나서고 있는 만큼 일부 주장이라도 사실로 밝혀질 경우 파괴력은 가늠하기조차 힘들다. 이 회장이 정권 최고위층 인사들을 암시하며 추가 폭로를 예고하고 있어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사정당국이 이 회장의 폭로 기자회견 한 달 전에 이미'이국철 리스트'를 파악해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등 발 빠르게 대응한 점만 봐도 이번 사건이 갖는 파괴력을 짐작할 수 있다. 청와대와 정치권도 여권 실세 인사들의 이름이 줄줄이 거론되자 향후 정국을 뒤흔들 수 있는 뇌관이 될 수도 있다고 보고 검찰 수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이달 27일과 내달 4일 예정된 서울중앙지검과 대검찰청 국감에서 이번 사안에 대해 집중 추궁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이 회장의 잇따른 폭로로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신속하게 교통정리에 나섰다. 폭로 내용이 신빙성이 있는지 일방적 주장인지 우선 살펴보고, 범죄 혐의가 발견되면 강제 수사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 회장 주장과 증빙자료를 분석한 후 수사범위와 대상을 압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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