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의 자회사 전무를 지낸 유명 건축 디자이너 이창하(55)씨가 2년 전 검찰 조사에서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 측에 금품을 건넸다고 진술(한국일보 23일자 1, 10면)한 데 이어, 다른 고위 임원에게도 거액을 전달했다고 밝힌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해당 임원은 당시 회사의 '2인자'로 불렸던 인사여서 이씨의 전방위적인 금품 상납 정황이 포착된 셈이지만, 검찰은 이 부분도 남 사장 관련 혐의와 마찬가지로 '내사종결' 처리했던 것으로 밝혀져 의문이 커지고 있다.
25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2009년 7월 이씨를 횡령 등의 혐의로 체포한 뒤, 이씨로부터 "2007년 7~9월, 두 차례에 걸쳐 당시 부사장이었던 김모씨 측에 8만유로(한화 1억2,700여만원)를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2006년 4월 대우조선해양의 자회사인 대우조선해양건설 전무로 영입됐던 이씨는 검찰 수사 직전인 2009년 3월 사임했다. 이씨는 다만, "김씨에게 따로 청탁을 한 것은 아니다"라며 대가성은 부인했다.
이와 관련, 현재 대우조선해양 자회사의 대표이사로 재직 중인 김씨는 최근 한국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씨한테 돈을 받은 적도, 이와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은 일도 일절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한국일보 취재 결과, 이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2009년 9월, 대우조선해양 감사실 관계자 등에 대한 조사에서 "2007년 7월 김씨가 이씨한테 4만유로를 받긴 했으나 다음 달 이씨의 학력위조 논란이 터지자 반환했고, 이후 다시 해외출장경비 명목으로 4만유로를 받았지만 청탁은 따로 없었던 것으로 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검찰은 당시 김씨도 불러 금품 수수 사실 자체는 인정하는 취지의 진술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에 이씨가 '전무직 유지'를 목적으로 남 사장뿐 아니라 김씨 측에도 금품을 건넸을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했지만, 결국 대가성을 입증하지 못해 사건을 마무리했다. 검찰 관계자는 "부정한 청탁이 있어야 범죄 혐의가 되는데, 이를 찾아낼 수 있는 구도가 아니었다"며 "(대가성을) 의심하는 것과 입증하는 문제는 다르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씨에 대한 검찰의 각종 처분을 보면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2009년 7월 말 검찰은 69억여원 횡령 등 4가지 혐의로 이씨를 구속기소했는데, 같은 해 말 1심에서 2개 혐의가 무죄가 나 집행유예형이 선고됐는데도 항소를 포기했다. 이씨도 항소하지 않아 그는 '자유의 몸'이 됐다. 2009년 10월 대우조선해양건설 전 대표 김모씨가 이씨로부터 3,500여만원 상당의 고급 외제 승용차를 받은 혐의(배임수재) 등으로 기소될 때에도 이씨는 추가 기소되지 않았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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