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약과 비료를 사용하지 않는 유기농은 손이 많이 가는 것에 비해 수확량은 적어 높은 수입을 기대하기 힘들다. 유기농 시작이 늦고 저변도 취약한 우리나라지만 올해 새로운 기회가 온다. ‘유기농업의 올림픽'으로 불리는 제17차 세계유기농대회(IFOAM OWC)가 26일부터 내달 5일까지 경기 남양주시와 양평군 일대에서 펼쳐진다.
아시아의 첫 유기농대회
2005년 호주 애들레이드에서 열린 제15차 세계유기농대회에서 우리나라는 2008년 유기농대회 유치전에 뛰어들었지만 이탈리아 모데나(Modena)에 밀려 실패했다. 3년 뒤 우리 유기농 단체들은 국내 유기농의 발상지 팔당이 있는 경기도와 손을 잡았다. 2008년 경기도는 남양주시, 유기농업협회 등과 유치위원회를 발족해 제16차 대회가 열리는 이탈리아로 떠났다. 세계유기농연맹(IFOAM) 회원들을 대상으로 한 홍보가 적중해 191표로 대만(49표)과 필리핀(44표)을 따돌리고 아시아 최초로 세계유기농대회를 유치했다.
세계유기농대회는 3년마다 각 대륙을 순회하며 학술대회, 토론회, 박람회, IFOAM 총회 등을 여는 행사다. 올해 대회에는 세계 110여개국의 유기농단체와 농민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미 77개 국에서 1,017편의 학술논문이 접수돼 역대 대회 최다 논문편수 기록을 세웠다.
유기농 도약의 기회
미국 프랑스 네덜란드 등 대부분 선진국들은 농업도 선진국이다. 네덜란드는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약 23%(87조원)를 농식품 수출로 벌어들였다. 유기농은 선진국 농업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현대농업의 환경파괴와 인체 위해성 등에 대한 반성으로 건강, 생태, 공정의 원칙을 추구하는 유기농 물결이 세계에 퍼져나가고 있다. 반면, 지난해 우리 유기농면적은 전체 농지의 1.1%인 1,972ha에 불과하다. 유기농 화장품, 의류, 가구, 체험관광 등이 활성화된 유럽 시장과의 격차도 크다.
세계유기농대회 개최는 유럽 중심의 유기농업 분야에서 아시아의 존재감, 특히 우리 친환경농업의 위상을 알리는 의미가 있다. 세계적인 유기농 기술과 관련 제품을 잠재적인 유기농 소비자들에게 소개하는 효과도 크다. 경기도 관계자는 “유기농민들의 노력이 결실로 이어질 수 있도록 아낌없는 투자와 지원으로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유기농대회 즐기기
유기농대회가 학술적인 탐구에 중점을 둔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올해 대회는 특히 그렇다. ‘유기농+공정’이란 주제로 남양주 체육문화센터에서 열리는 세계유기농대회 박람회를 비롯해 마켓페스티벌, G-푸드쇼, 전국떡명장 및 가양주 선발대회, 쌈지락페스티벌, 오가닉스포츠, 2011 슬로푸드 대회 등 다양한 부대행사가 동시에 열린다.
이 중 마켓페스티벌은 우리 전통 장터를 현대식으로 재해석한 공간에서 시식과 체험 등이 진행되는 친환경농산물 한마당이다. 20여개 국가 30여개기업이 참가하는 유기농박람회와 G-푸드쇼에서는 신선농산물과 가공식품, 유기농 화장품, 장난감 등이 선보인다.
오가닉스포츠는 전통적인 농촌생활을 놀이로 연결시켜 체험을 강조한 것이 이색적이다. 나무수레 씽씽, 짚풀놀이, 수렵놀이, 비석치기, 공기놀이, 돈치기 등 12개 종류의 놀이가 소개된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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