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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 디자이너 스튜어트 헤이가스 한국서 첫 전시회/ 폐품, 빛의 예술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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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 디자이너 스튜어트 헤이가스 한국서 첫 전시회/ 폐품, 빛의 예술이 되다

입력
2011.09.25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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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옷, 주택, 자동차 등 생활 전반에 친환경 콘셉트가 파고 들었다. 그러나 정작 폐품의 재활용에 관심 갖는 이는 드물다. 스튜어트 헤이가스는 자칫 쓰레기가 될뻔한 물건에서 새로운 가치를 찾아내는 영국의 조명 디자이너다. 해변에서 주운 플라스틱 뚜껑, 벼룩시장에서 사 모은 안경과 도자기 인형, 마시고 버린 일회용 플라스틱 와인잔, 심지어 파티에서 사용한 폭죽과 깨진 자동차 사이드미러까지, 그의 손을 거치면 새 생명을 얻는다.

버려진 물건으로 보석 같은 샹들리에를 디자인하는 스튜어트 헤이가스의 첫 한국 전시가 서울청담동 갤러리 서미에서 열리고 있다. 15년간 프리랜서 사진작가로 활동했던 그는 2003년부터 조명 디자이너로 주목 받기 시작했다.

중고 안경에서 빼낸 4,500개의 렌즈는 수백 가닥의 투명 줄에 매달려 커다란 '옵티컬 샹들리에'로 완성됐다. 전구는 중앙에 하나뿐이지만 각각의 렌즈가 빛을 머금어 공간을 환히 비춘다. 1,800개의 플라스틱 물통 바닥만을 잘라 만든 '드롭 샹들리에'는 이름처럼 거대한 물방울 모양이다. 세척과 무광작업만 거치고 물통의 색깔은 그대로 살려 시각적인 청량감을 준다.

그의 손에 닿으면 버릴 것은 하나도 없고, 같은 재료라도 무한변신 한다. 다리만 떼어낸 낡은 안경들을 줄줄이 꿰어 '스펙터클 샹들리에'를 만들고, 훗날 남은 안경다리를 모아 디자인한 것이 성게 모양의 '어친 샹들리에'다. 안경다리를 빽빽하고 견고하게 꿰어 뚱뚱한 성게, 날씬한 성게 등 시리즈 작업을 해오고 있다. 해변에 밀려온 플라스틱 뚜껑만 모아 쌓아 만든 '라이트 하우스'는 제목 그대로 뱃사람을 지켜주는 등대를 닮았다.

"영국에 있는 헤이가스의 작업실에 가면 엄청난 양의 중고 물품이 있어요. 지인들은 필요한 물건이 있을 때 그의 작업실을 찾는다고 농담하기도 하죠. 작가는 평범한 사물에 끊임없이 관심을 가져요. 그가 재발견한 중고 물건이 가진 스토리와 아름다움은 값비싼 크리스털의 가치를 뛰어넘지요." 갤러리 서미의 큐레이터 문현희씨의 설명이다.

'라이트 로드'(light load)는 지난해 전시 준비를 위해 한국을 찾은 작가가 시장 상인들이 사용하는 지게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작품이다. 하얀 플라스틱통 세 개에 각각 전구를 넣어 나무 지게 위에 올렸는데, 흔하게 보던 물건의 변신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이 작품을 비롯해 10여점의 대표작이 전시됐다. 10월 20일까지. (02)511-7305

이인선 기자 kel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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