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 더 많은 컴퓨터 모의실험으로 검증해야 한다."(영국 럿거스대 앨런 브룩 교수)
"그린란드에서 빙하가 녹는 것을 보고만 있으란 말이냐."(휴 헌트 영국 캠브리지대 교수)
옥스폭드대, 캠브리지대 등 영국 4개 대학에서 모인 과학자들이 다음 달 지름 20m의 대형 풍선을 1㎞ 상공에 띄우는 실험을 할 계획이라고 BBC가 14일(현지시간) 보도하자 과학자들 사이에서 논쟁이 벌어졌다. 풍선 띄우는 게 뭐가 대수냐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번 논란은 지구온난화 해결을 두고 엇갈린 시각을 잘 보여준다.
황 입자로 더워진 지구 식혀
이번 실험은 일종의 모의실험이다. 상공 1㎞에 띄운 거대 풍선에서 분출한 물 분자가 대기 중에 잘 퍼지는지 확인하는 게 목표. 이 계획의 최종 목적은 상공 20㎞에 위치한 성층권에 축구 운동장 크기의 거대 풍선 수십 개를 띄우고, 황 입자를 여기에 뿌리겠다는 것이다. 황 입자는 지상에서 연결된 관을 통해 풍선에 전달된다.
황 입자는 지름이 0.001~100마이크로미터(1㎛=100만분의 1m)인 미세입자다. 지구로 들어온 햇빛을 우주로 반사하거나 스스로 흡수해 지표면이 뜨거워지는 것을 막는다. 연구진은 1991년 필리핀 피나투보 화산 폭발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당시 화산 폭발로 황 입자 2,000만t이 방출됐다. 이 중 일부가 성층권까지 도달해 햇빛을 튕겨내는 바람에 1년 반 동안 지구의 평균 기온이 0.5도 내려갔다.
연구진은 "10~20개의 거대 풍선을 성층권에 띄워 황 입자를 분출하면 지구의 기온을 2도까지 낮출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럿거스대 앨런 브룩 교수는 "컴퓨터 모의실험 결과 황 입자를 성층권에 뿌리면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우기 때 비가 덜 오도록 해 농사에 악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반박했다.
지붕은 하얗게, 거울은 우주 밖에
지구 환경에 변화를 줘 지구온난화를 막겠다는 기술을 '지구공학(Geoengineering)'이라고 한다. 과학자들 사이에서 거론되는 지구공학 방법은 여럿이다.
땅에선 건물의 지붕을 하얗게 칠해 햇빛 반사율을 높이는 방법이 있다. 영국 왕립학회는 2009년 낸 보고서에서 "지붕을 하얗게 칠할 수 있는 지역은 지구의 전체 지면 가운데 1%에 그치고, 비용도 연간 3,000억 달러(약 345조원)가 들어 효과가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 같은 숲 가꾸기 운동도 지구공학 방법 중 하나다. 곧바로 실행할 수 있고 비용이 적게 든다. 변희룡 부경대 대기환경과학과 교수는 "나무가 죽어 썩기 시작하면 성장할 때 저장해뒀던 탄소가 고스란히 방출된다"며 "숲을 계속 늘리지 않는 이상 효과를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바다에선 2009년 이미 황산철을 뿌리는 실험이 진행됐다. 바다에서 철분의 양이 많아지면 이를 먹고 자라는 식물성 플랑크톤의 수가 크게 늘어 지구온난화를 억제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 플랑크톤은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광합성작용에 쓴다. 독일 연구진은 황산철 6t을 남극해에 뿌렸으나 효과는 미비했다. 늘어난 식물성 플랑크톤을 다른 생물들이 잡아먹었기 때문이다. 이보다 앞선 1992년 미국 국립과학아카데미에선 크기가 100㎡인 '우주 거울' 5만 5,000개를 지구 궤도에 올려 햇빛을 반사하자고 주장했다.
예상치 못한 결과가 문제
지구공학은 지금 당장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수 년째 지지부진한 온실가스 감축 협약에 기대지 않아도 된다.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국가로선 온실가스 감축에 주판알 튕기며 다른 나라 눈치 살피는 수고를 덜 수 있다.
그러나 지난해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제10차 유엔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에선 지구공학을 금지하자는 성명서가 발표됐다. 한화진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부원장은 "지구는 수많은 요인이 얽히고 얽혀 지금의 환경을 갖게 됐다"며 "여기에 어떤 변화를 주면 연쇄반응으로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돌아가는 길이 가장 빠른 길일 수 있단 얘기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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