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정부가 사상 처음으로 임명한 주한 명예총영사 자리를 한국인이 맡게됐다.
러시아는 정헌(54) 국립 모스크바대 교수를 주한 명예총영사로 임명하고 27일 주한 러시아대사관에서 정식 취임식을 열기로 했다고 외교소식통이 25일 전했다. 러시아가 주한 명예총영사 직책을 신설하기는 1884년 조ㆍ러 통상우호조약 체결 이후 처음이다.
최초의 한국주재 옛 소련 언론 특파원 출신인 그는 양국 정ㆍ관계에 폭넓은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러시아 최고의 지한파인 비탈리 이그나텐코 이타르타스 통신사 회장,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 그룹의 문화예술계 대표격인 아나톨리 익사노프 볼쇼이극장 사장, IT업계 선두주자인 라니트그룹의 겐스 회장 등이 정 교수의 20년 지기로 알려져 있다.
이번 임명은 북핵문제 등 한반도 상황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와 남ㆍ북ㆍ러 가스관 협력사업 등 경제교류 활성화를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정 명예총영사가 관장할 구역은 인천시”라며 “송도신도시에 명예총영사관을 개관할 예정이지만 구역에 구애 받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서 양국간 가교역할을 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고려대 노문과 출신인 정 명예총영사는 1990년부터 93년까지 시사주간지 노보에브레미야의 서울 특파원 및 지국장으로 활동했다. 이후 96년 모스크바대로 유학을 가 언론학 석사와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2001년 한국인 최초로 모스크바대 정치학 교수로 임명됐다. 2003년엔 러시아 정부가 주는‘명예와 존경’훈장을 한국인으로는 처음 받았다.
그는 지난해 인천시립박물관이 보관해오던 러시아 해군의 혼이자 상징인 ‘바랴크’ 함대기를 러시아측에 장기 임대하는 과정에 막후 역할을 담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로로 그해 11월 G20 정상회담 참석차 방한한 메드베데프 대통령으로부터 감사 인사를 받기도 했다.
정 명예총영사는 “한국 입장에서 러시아는 정말 중요한 이웃”이라며“잘못 알려진 러시아의 부정적 이미지를 털어내고, 한국 정부의 파트너가 되는 데 일조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