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23일) 외환당국의 대규모 시장 개입으로 환율 급등세가 일단 꺾였지만, 대외 악재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한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25일 외환당국 관계자는 "앞으로도 시장에 과도한 '쏠림'이 있을 경우 적절한 대응을 하겠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이는 23일 신제윤 기획재정부 1차관이 한국은행과의 긴급 거시정책협의회 등에서 "정부는 최근 환율 쏠림현상이 과도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이를 완화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 나가겠다"고 선전 포고한 발언의 연장선장으로 볼 수 있다. 시장 상황에 따라 언제든 추가 개입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당국이 칼을 뽑아 든 이상 당분간 1차 저지 목표선인 달러당 1,200원선을 두고 치열한 힘겨루기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조재성 신한은행 금융공학센터 이코노미스트는 "환율이 1,200원을 넘어서면 1,000원대 후반에 들어와 환 손실을 본 자금이 손절매를 하고 급격히 유출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당국 개입의 1차 목표는) 1,200원이 마지노선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리은행의 한 외환딜러도 "국제 공조 움직임을 눈 여겨 봐야 하지만 현재로선 1,200원선이 저항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장 개입의 불가피성에는 동의하면서도 당국의 약발이 지속될 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반응이 많았다. 한 시중은행 딜러는 "당국 입장에선 최근 급등락 상황을 관리하는 차원에서 개입한 듯 하지만 대외적인 사태의 근본 원인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효과가 지속될지는 의문"이라며 "물가 및 외환보유액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신중히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조재성 이코노미스트도 "정부가 현 상황을 타개할 능력이 있다면 개입을 통해서라도 시장을 안정시키는 게 바람직하지만, 유럽 재정위기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형국이라 어느 정도 개입해야 할지 조심스러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의 이런 반응에는 3년 전의 학습효과도 자리하고 있다. 2008년 7월 외환당국은 당시 1,000원대 초반이던 환율을 900원대로 끌어내리기 위해 크고 작은 개입을 거듭했다. 외환 딜러들이 자리를 비운 점심시간을 이용해 수십 억달러 매도 물량을 쏟아내 '도시락 폭탄'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 하지만 한번 대세를 탄 환율은 불과 며칠 만에 제자리로 돌아오곤 했다. 당시 불거졌던 "당국이 무의미한 환율 방어에 국부를 낭비했다"는 비난이 언제든 되살아 날 수 있다는 뜻이다.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연구위원은 "당국의 무리한 개입은 환율 급등에 따른 환차손으로 자금 회수를 주저하는 외국인들을 오히려 도와주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한 번에 수십 억달러씩 쏟아 붓는 개입을 계속하기도 어려울뿐더러, 투기세력에게 외환보유액이 줄어들 것이라는 신호를 줘 환율에 부정적 영향만 끼칠 것"이라고 경계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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