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전 8시35분쯤 경기 용인시 처인구 양지면 남곡리 42번 국도 상행선. 고모(63)씨가 운전하던 관광버스 앞으로 19톤 화물차의 뒷부분이 불쑥 튀어나왔다. 화물차 적재함에는 철제 H빔들이 실려 있는 상황. 고씨는 급히 핸들을 왼쪽으로 꺾었지만 충돌을 피하지 못했다.
H빔이 운전석을 덮치면서 기사 고씨는 즉사해 버스 밖으로 튕겨 나갔다. 운전기사가 없는 버스는 승객들을 태운 채 편도 2차로 도로를 종횡하며 가드레일과 왼쪽 중앙분리대를 수 차례 들이받으며 질주했다. 이렇게 1㎞ 가량을 더 달린 뒤에야 버스는 도로 옆 전봇대와 부딪히며 겨우 정지했다.
당시 이 관광버스에는 36명의 승객이 타고 있지만 다행히 승객들이 안전띠를 착용하고 있어 대형 참사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25일 용인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이 버스는 사고 당일 강원 강릉시의 한 성당에서 신도를 태우고 충남 아산시의 천주교 성지로 향하던 길이었다. 운전기사가 숨지고 버스 앞이 처참하게 우그러질 정도로 큰 사고였지만, 승객들은 가벼운 부상만 입으며 참사를 면했다. 출발 전 전원 안전띠를 착용한 덕이었다. 버스가 운전기사 없이 질주할 당시 앞 뒤에서 주행하던 차량들이 없었던 것도 불행 중 다행이었다.
경찰은 화물차가 도로 오른쪽 야적장으로 진입하기 위해 회전반경을 확보하다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화물차 운전사 이모(38)씨를 상대로 정확한 사고경위를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조사 결과 버스가 과속한 것은 아니었다"며 "성당 측 인솔자가 승객들에게 안전띠를 착용하도록 독려한 게 대형사고를 막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용인=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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