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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세계경제/ 한은 "물가목표 집착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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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세계경제/ 한은 "물가목표 집착 않겠다"

입력
2011.09.23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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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안정을 거시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7월 25일, 거시정책협의회)

"경제에 무리를 주면서 물가 목표를 달성하지는 않겠다"(9월 23일, 워싱턴 기자간담회)

물가를 대하는 한국은행의 태도가 확 달라졌다. 올해 한은의 물가 목표 상한(4%)을 넘어설 것이 확실해진 상황에서, 이젠 아예 대놓고 물가 목표에 집착하지 않겠다고 공언하고 나섰다. 글로벌 경제위기가 심화하는 등 대외 환경이 달라졌다지만, 물가 안정을 목표로 하는 중앙은행의 책임 방기가 아니냐는 비난 여론이 무성하다.

국제통화기금(IMF)ㆍ세계은행(WB) 연차총회 참석차 미국 워싱턴을 방문 중인 김중수 한은 총재는 23일 오전(한국시간) 기자들과 만나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수입물가가 가장 높다"며 "그런 상황에서 무조건 물가를 안정시키겠다고 하면 다른 곳에서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물가보다는 수출 등 성장에 더 집중해야 할 시기라는 말이다.

김 총재는 이어 "어떤 비용을 지출하고서라도 목표를 맞추느냐, 아니면 적절한 정책조합으로 갈 것이냐가 문제"라며 "경제에 무리를 주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또 "국제금융시장이 불안하지만 않으면 (금리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일 수 있었을 텐데, 지금은 많이 불안하다"며 "강한 정책이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물론 세계 경제가 위험 국면에 진입했다는 신호들이 곳곳에서 감지되는 상황에서 물가만 보고 통화정책을 펴기가 어려워졌다는 점은 전문가들도 인정하는 대목이다. 이미 시장에서 "연내 추가 금리인상은 물 건너갔다"는 전망들이 쏟아진 것도 이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금리 인상 타이밍을 숱하게 놓쳐 물가 폭등을 방치한 책임은 도외시한 채, 이제 와서 물가 목표에 집착하지 않겠다고 당당히 선언하는 태도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많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한국은행의 설립목적이 물가 안정이라고 법에 명시돼 있는 상황에서, 대외 여건이 어려워졌다고 물가 목표에 집착하지 않겠다는 건 문제가 있다"며 "한은의 존재 목적을 부인하는 것일 뿐 아니라 시장에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를 부추길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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