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사회란 무엇인가/피터 코닝 지음·박병화 옮김/에코리브르 발행·432쪽·2만3,000원"
자본주의 구하기/에릭 링마 지음·왕혜숙 옮김/북앤피플 발행·328쪽·1만5,000원
최근 사회과학계, 특히 경제학 분야에서 주목 받는 담론의 하나는 '자본주의 구조조정'이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부실함이 증명된 시장 맹신의 신자유주의를 손보자는 분위기를 반영해 국내에서도 자본주의 대안 찾기 출판이 잇따르고 있다.
신간 <공정사회란 무엇인가> <자본주의 구하기> 도 이 같은 흐름에 있는 책이다. 특히 올해 5월 미국서 출간된 피터 코닝 복잡계연구소장의 <공정사회란 무엇인가> 는 자본주의적 경쟁시스템이 인간의 본성과 배치된다는 점을 동물행동학이나 인류학, 뇌과학 등의 성과를 두루 인용해 설명하면서 인간의 본질적인 욕구와 필요를 반영한 새로운 사회계약을 주장해 눈길을 끈다. 공정사회란> 자본주의> 공정사회란>
코닝이 비판의 표적으로 삼는 것은 선진국 중에서도 개인의 자유와 경쟁을 특히 중시하고 그래서 사회 불평등 정도가 높은 미국이다. 저자에 따르면 1인당 국민소득이 4만달러인 이 나라는 2009년 조사에서 굶주렸던 적이 있다는 사람이 5,000만명,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이 5,000만명이다. 미국은 '기회의 나라'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은 사회일 뿐 아니라, '이익과 성공을 위한 경쟁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많은 보상을 해주지만 공정성이라든가 상호주의 원칙' 같은 데는 무관심한 자본주의 자체가 근본적으로 적잖은 문제를 안고 있다. 그렇다고 능력과 성실한 근무, 실적 등 개인의 공로를 외면하는 사회주의 역시 '지난 20세기 동안 소련과 중국에서 철저히 실험해봤지만 실패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신용을 잃'고 말았다.
최근 수십 년 간의 인간과학이 알려주는 진실은 '인간이 근본적으로 공동체의 생활에 참여함으로써 정체성을 부여 받고 이익을 나누는 사회적 동물'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경쟁이 효율성을 높이고 이기심이 생산성을 향상시킨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지만, 그 한편에서 인간은 먹이를 공유하고 타인을 도와주는 이타성을 발휘하려고 한다는 말이다. 이 같은 본성을 충족시키면서 생산성의 효율을 도모하기 위해 저자는 무한 경쟁이나 절대 평등이 아닌 새로운 게임의 법칙으로 '생물사회 계약'을 제안했다. '공정성'이라는 말로 뭉뚱그려 표현하는 이 계약의 핵심 내용은 기본적인 욕구의 평등한 충족, 공로에 대한 보상을 뜻하는 공평성, 그리고 사회 성원끼리 서로 친절과 은혜에 대해 보답하는 상호주의이다.
"그래서 어떻게 하라는 거냐"는 푸념이 터져 나오려 할 때쯤 책은 구체적인 현실 개조법에 대해서도 언급하길 잊지 않는다. 사회 성원의 기본 욕구를 지속적으로 충족시키기 위해 보편적인 복지를 실현하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거나 자본주의의 근간이라고 할 기업의 소득분배 방식을 개혁하기 위해 생산에 관계된 모든 사람이 경영ㆍ관리에 참여하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한다. 저자의 의도를 거칠게 요약하면 '미국은 유럽의 복지국가에서 배울 점이 많다'는 것이다.
북유럽 복지국가를 대표하는 스웨덴 출신의 에릭 링마 중국 상하이교통대 교수의 <자본주의 구하기> 역시 문제의식은 비슷하다. 그는 시장이 가져온 부정적인 결과에 대처하기 위해 작동해야 할 세 가지 보호장치로 가족, 결사체, 국가를 들고 있다. 유럽은 물론 북미, 동아시아의 사례 비교를 통해 각 사회가 자신들의 독특한 문화와 전통을 활용하면서 이러한 보호 전략을 어떻게 실현했는지를 살핀 것이 이 책의 큰 특색이다. 자본주의>
저자는 사사로운 이해관계를 넘어서는 가족의 유대, 법과 제도를 통해 국가가 제공하는 보호 기능, 가족보다 좀더 보편적으로 서로를 보살피는 결사체의 적절한 결합을 통해 시장의 폐해를 극복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 같은 개혁이 실현 가능하리라고 굳게 믿는다. '시장은 절대 궁극적으로 사회보다 영리하지 않'기 때문이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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