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위기로 아시아와 유럽의 부동산 시장이 극명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탄탄한 성장세를 유지하는 아시아 신흥 중심지의 초호화 주택은 쏟아지는 수요로 호황을 구가하는 반면, 경제위기의 진원지인 유럽의 별장은 폭락하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1,000만파운드(180억원) 이상 초고가 주택의 경우 인도 뭄바이, 싱가포르, 홍콩 등 신흥 경제권의 집 값은 지난 5년 간 최대 144% 올랐다. 같은 시기 런던과 뉴욕의 초고가 주택의 상승률이 40%에도 미치지 않은 것과 대조적이다.
아시아 주택 호황은 중국 부자들이 주도한다. 영국계 부동산 컨설팅업체인 새빌스의 욜란드 반스 연구원은 "세계적인 억만장자들은 뉴욕이나 런던이 아닌 중국에서 나온다"며 "이들이 국제 부동산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이 부동산을 거래할 때 홍콩 등이 유럽이나 미국의 도시보다 절차가 간단한 것도 아시아 주택 수요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반면 유럽의 호화별장은 죽을 맛이다. 수백만 달러짜리 별장이 불과 몇 달 사이에 절반 가까이 떨어졌는데도 수요자는 찾기 힘들다. 헬스클럽, 사우나, 수영장, 골프장까지 갖춘 포르투갈의 호화 리조트는 300만달러에서 130만달러까지 떨어졌다. 그리스 미코노스섬, 스페인의 데이아, 이탈리아 푸글리아 등 유명 휴양지의 별장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구매력도 천양지차다. 홍콩의 한 호화지역은 1㎡ 당 7만,4000파운드(1,200만원) 짜리 주택도 쉽게 팔려나가는 반면, 런던에서는 절반 값에도 구매자가 손을 내젓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유로화 가치가 하락하고 금융이 무너지면서 유럽의 소비와 투자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고 23일 전했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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