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정부 세력의 폭탄테러로 중상을 입고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신병 치료를 받아오던 알리 압둘라 살레(69) 예멘 대통령이 23일 귀국했다. 살레 대통령이 자신의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최고조에 달한 시점에 권좌로 복귀함에 따라 1990년 통일을 이룬 예멘이 또다시 대규모 내전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BBC 방송에 따르면 살레 대통령은 이날 새벽 전용기 편으로 수도 사나에 도착했다. 6월 대통령 관저에서 발생한 폭탄테러로 전신의 40% 화상을 입은 후 사우디로 출국한지 3개월 만이다. 현지 방송은 "살레 대통령의 건강이 양호하다"고 전했다.
예멘에서는 78년 대통령(북예멘)에 취임한 뒤 33년간 독재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살레 대통령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1월부터 계속되고 있다. 경제 실정과 부패에 항의하는 의미로 시작된 시위는 급기야 대통령 퇴진 요구로 이어졌다. 미국 등 서방 뿐 아니라 사우디까지 나서 살레 대통령의 귀국을 만류하며 하야를 종용해 왔다.
살레 대통령이 귀국을 강행함으로써 예멘 정국은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혼란에 휩싸이게 됐다. 시위대 지도자 모하메드 알 아슬은 "폭력사태가 격화할 것이 확실하다"며 "그가 돌아왔으니 죗값을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19일에는 살레 대통령의 아들 아메드가 이끄는 공화국 수비대(정부군)가 반정부 시위에 참가한 비무장 시민에게 로켓포를 발사, 100여명이 희생됐다. 무자비한 유혈 진압에 반대한 일부 정부군이 시위대에 합류해 군 기지를 장악하는 등 사태는 내전 양상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BBC 방송은 "살레 대통령의 귀국으로 정부군과 시위대 간 휴전 협상도 실패로 돌아가게 됐다"고 보도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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