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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사람/ "급구! 쓸만한 남자주연" TV드라마 애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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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사람/ "급구! 쓸만한 남자주연" TV드라마 애간장

입력
2011.09.23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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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작가 A씨는 방송 편성이 확정되고도 주인공이 정해지지 않아 전전긍긍해야 했다. 지상파TV의 수목드라마 주인공 자리인데도 주연급 배우들이 이런저런 사정을 들어 고사했고, 결국 남녀 주인공에 신인급이 캐스팅됐다. A씨는 "결과적으로 시청률이 잘나와 한시름 놓았지만, 그렇게 배우가 없는 줄 몰랐다"며 손을 내저었다. 드라마 PD B씨 역시 "배우가 많은 것 같아도 요즘 '대세'라고 할만한 스타들은 사실 손에 꼽히지 않느냐"며 "한창 인기 있는 배우들만 캐스팅하려는 쏠림현상은 늘 있었지만 요즘엔 새로운 톱스타가 없어 더하다"고 말했다.

TV드라마 주연배우 감이 없다. 특히 남자 배우들은 연기력이 좀 붙을 만하면 군에 입대하거나, 영화판으로 옮겨버려 기근 현상이 심각하다.

"예비역 반갑다" 숨돌림 틈도 없이 투입

요즘 막 제대한 예비역들이 드라마 남자 주인공 자리를 휩쓸고 있다. 얼마 전 종영한 SBS '여인의 향기'의 이동욱은 제대 3일 만에 현장으로 직행했다. MBC '내 마음이 들리니'의 김재원이나 KBS '스파이 명월'의 이진욱도 마찬가지 경우. 김래원 역시 군복을 벗기도 전 숱한 러브콜을 받아 화제가 됐고, 지난달 제대 후 숨돌릴 틈도 없이 SBS '천일의 약속'(10월 방영 예정)에 합류했다. 남자 배우가 없다 보니 드라마 제작사들은 제대가 한참 남은 배우들에게도 앞다퉈 물밑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

장근수 MBC 드라마국장은 "미니시리즈가 활성화되면서 지상파 3사에서 한해 제작하는 수목드라마만 18편이다. 남녀 주인공만 36명이나 돼 항상 모자랄 수밖에 없다"며 "남자 배우들의 경우 제대 후 바로 투입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기본기도 채 익히지 못한 신인들을 투입하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특히 연기 경험이 전혀 없는 아이돌 가수들이 인지도가 높고 젊은 층에게 인기가 있다는 이유로 바로 주연으로 캐스팅되어 물의를 빚기도 한다. 원로배우 이순재는 "아이돌 가수들이 준비도 하지 않은 채 연기에 도전한다"며 "발성, 분석하는 능력 등 바탕이 돼야 하는데 형편없다"고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영화만 할래" 충무로 가면 나올 줄 몰라

쓸만한 남자 배우들은 다 어디로 갔을가. 장동건 원빈 소지섭 강동원 등 연기력을 갖춘 스타급 배우들은 거의 스크린으로 옮겨갔다. 이들이 브라운관 복귀를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한예슬 사태'에서 보듯 쪽대본과 3,4개월 간 밤샘 촬영의 연속인 열악한 제작환경. 드라마가 인기를 끌 경우 CF 등 부가수입이 영화보다 큰 게 사실이지만, 그래도 상당수 배우들은 충무로를 고집한다. 살인적인 스케줄 탓에 만족할 만한 연기를 하기 어렵다는 점도 배우들이 TV드라마 출연을 꺼리는 이유다.

연예기획사 싸이더스HQ의 정지철 본부장은 "주연급이 되면 벌어놓은 돈도 웬만큼 돼 돈에 연연하지 않는다"며 "그보다는 확실한 시나리오와 일정이 나와서 마음껏 연기할 수 있는 환경을 찾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쪽대본에 염증을 낸 한 배우는 '이게 연기하는 거냐, 흉내내는 거지'라고 푸념하다 이후 영화에만 매진하고 있다고 정 본부장은 말했다.

TV 드라마는 반짝 인기에 그칠 뿐이지만 작품성 있는 영화는 한편만 찍어도 명성이 따른다는 것도 무시 못할 이유다. 영화는 임팩트가 큰 반면, 드라마는 워낙 많이 제작돼 또 다른 인기 드라마가 나오면 금방 잊혀지는 게 현실이다.

드라마 제작 편수 늘며 배우 기근 가속

종합편성채널 개국과 함께 드라마 제작편수가 크게 늘어나 연말부터는 진짜 배우 기근에 시달릴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한 드라마 제작사 대표는 "벌써부터 괜찮은 배우 쟁탈전이 치열하다"며 "몸값도 치솟고 있어 제작환경이 더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때문에 배우 이름만으로도 해외수출이 가능한 몇몇 한류스타 위주의 제작이 늘고, 해외에서도 통하는 아이돌 가수들의 연기 진출이 지금보다 더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박창식 회장은 "예전에는 방송사에서 공채 탤런트를 뽑아 교육해 인재가 계속 나왔는데 요즘에는 연예기획사에만 의존해 재목이 없다"며 "내년쯤 협회 차원에서라도 배우 양성 기관을 만들자는 의견이 나올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때문에 톱스타에 연연하지 말고 드라마의 외연을 넓히자는 의견도 나온다. 새로운 소재를 발굴하고 뚱뚱하고 못생긴 배우나 다양한 연령의 배우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춰 20, 30대 젊고 멋진 배우들이 주인공을 독식하는 트렌디 드라마를 탈피하자는 것. 그러나 뚱뚱하고 못생긴 주인공마저 미남미녀 배우가 분장해 연기하는 우리 현실에서 요원하다는 반론도 있다. 한 드라마 PD는 "새로운 배우 발굴도 좋지만, 5년 10년 전에 얻은 인기로 CF만 찍으면서 유유자적하는 배우들을 안방극장으로 끌어들이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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