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에서 '효자종목' 역할을 톡톡히 해왔던 레슬링이 요즘 체면이 말이 아니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이후 꾸준히 금메달을 따왔던 레슬링은 지난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맥이 끊겼다. 게다가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노골드로 고개를 떨궜다. 레슬링 부활을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는 방대두 그레코로만형 대표팀 감독은 "하나만 뚫리면 될 것 같은데 그게 잘 안 되네"라며 탄식하고 있다. 방 감독의 탄식을 풀어줄 유망주가 바로 차세대 주자 김현우(23ㆍ삼성생명)다. 이달 터키 세계레슬링선수권대회에서 대표팀에 유일한 메달을 안긴 김현우를 22일 태릉선수촌에서 만났다.
"부끄럽지만, 잘 생겼다는 소리 많이 들어"
런던올림픽 금메달 기대주 김현우는 '팔방미인'이다. 뚜렷한 이목구비로 '레슬링계의 얼짱'으로 불리는 김현우는 실력도 세계 정상급이다. 화목한 가정 환경에서 자란 덕분에 예의도 발라 코칭스태프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김현우 하면 '성실'이라는 말이 따라붙을 정도로 타의 모범이 되기도 한다. 김현우는 "부끄럽지만 잘 생겼다는 소리를 듣는다. 저에게 거는 기대가 큰 것도 알아 누구보다도 훈련을 열심히 하고 있다"고 수줍게 말했다.
김현우는 우연히 레슬링에 입문했다. 중학교 때 태권도 선수였던 형을 구경하러 갔다가 레슬링 코치의 눈에 든 것. 김현우는 "초등학교 때 유도를 했다. 그 덕분에 업어치기 등과 유사한 큰 기술을 레슬링에서도 구사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현우의 레슬링 재능은 놀라웠다. 중학교부터 두각을 나타낸 그는 대학교 때까지 줄곧 1등을 놓쳐본 적이 없다. 이로 인해 김현우의 목표는 언제나 1등이다. 그는 "1등 제일주의라고 비꼬지만 솔직히 2등은 알아주지 않잖아요. 올림픽 금메달 목표만 보고 달려갈 거에요"라고 각오를 다졌다.
사전 예열로 초반 고전 징크스 훌훌
올해 세계선수권 그레코로만형 66㎏급에서 김현우는 동메달을 땄다. 사실 심판 판정만 공정했어도 금메달을 차지할 수 있었다. 준결승에서 사예드 아브데바리(이란)와 맞붙은 김현우는 "1-1에서 맞은 3라운드에서 1점을 얻어 이기는 줄 알았다. 비디오 판독에서도 점수가 주어졌지만 갑자기 판정이 번복되면서 졌다"고 아쉬워했다. 비디오 판독까지 거친 판정이 번복된 건 극히 드문 경우로 '국제레슬링연맹 고위 관계자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레슬링 관계자의 전언이다. 결국 김현우에게 승리한 아브데바리는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현우는 '슬로 스타터'라는 단점이 있다. 평소에 76㎏까지 나가 대회를 앞두고 매번 10㎏ 가까이 감량해야 했던 김현우는 첫 경기에서 고전하는 징크스가 있다. 그는 "다른 선수에 비해 체중감량이 힘들지 않아 체질인 것 같다. 원래 시간이 지날수록 경기력이 더 올라 간다"라고 빙긋 웃었다. 감량 스트레스에 대해선 "대회가 끝나고 폭식하면서 푼다"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방 감독은 김현우의 단점 극복을 위한 해법을 발견했다. 실전 경기 전에 스파링 파트너와의 사전 대결을 통해서 예열을 마치는 방법이다. 터키 세계선수권에서도 이 같은 방법을 사용해 효과를 봤다. 김현우는 "체력만큼은 누구보다도 자신 있다. 올림픽 시상대 꼭대기에 올라가 미소 짓는 꿈을 딱 한 번 꿨는데 꼭 현실로 만들 것"이라고 파이팅을 외쳤다. 방 감독은 "다른 선수와 달리 경기를 하면 할수록 몸이 부드러워지는 특이 체질이다. 타고난 근지구력은 세계 최고"라고 치켜세웠다. 김현우의 올림픽 금메달 꿈이 점점 무르익고 있다.
● 김현우는
▶출생 강원 원주
▶생년월일 1988년 11월16일
▶신체조건 174㎝, 73㎏
▶출신교 원주 평원중-강원고-경남대
▶소속 삼성생명(2011)
▶체급 그레코로만형 66㎏급
▶별명 모글리(정글북 주인공)
▶주특기 측면 들어 던지기
▶주요경력
아시아선수권 1위, 우크라이나오픈 1위(이상 2010), 세계선수권 동메달(2011)
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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