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위기를 경고하는 목소리가 다급하게 터져 나오고 있다. 위기 속에서도 공조의 굳건함을 강조했던 국제 금융기관들이 신흥국으로의 위기 확산 가능성을 언급하기 시작했으며 일부에서는 경기침체에 이미 진입했다는 비관적 분석도 나오고 있다.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WB) 총재는 "또 다른 위험이 한번에 조성되고 있다"며 "개발도상국이 이번 위기의 피해자가 될 것"이라고 22일(현지시간) 경고했다. 졸릭 총재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선진국에서 시작한 위기로 인해 2개월간 글로벌 증시에서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0%인 6조1,000억달러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위기를 초래한) 미국, 유럽, 일본은 더블딥(경기 이중침체)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3년 전 금융위기에서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개도국들이 이번에도 선진국 위기의 영향을 받는다"며 선진국의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이날 미국 워싱턴에서 "세계 경제가 위험한 국면에 진입했다"고 재차 경고했다. 그는 "세계 각국이 부채를 관리하기 위한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 부채에 질식할 수 있다"며 "점증하는 위험에 대처하기 위해 각국이 협력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세계 최대 채권운용사 핌코의 모하메드 엘 에리언 최고경영자(CEO)는 "세계경제가 금융위기 직전에 있다"며 현 상황을 "목적지도 없이 험한 길을 달리는 자동차"로 비유했다. 운용규모를 빗대서 '1조달러의 사나이'로 불리는 그는 "유럽이 위기의 발원지이나 (지금은) 유럽 혼자의 힘으로 위기확산을 막을 수 없다"면서 "(위기차단을 위한) 서킷브레이커가 되기 위해 더 많은 '화력'이 필요하다"고 국제사회의 협력을 요청했다. 디폴트 위기에 빠진 그리스를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에서 퇴출시킬 것을 주장해온 헤지펀드의 대부 조지 소로스는 "유럽경제가 잘못된 정책으로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더 위험한 상황을 초래했다" 며 정책의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미국 경제가 이미 더블딥에 빠졌다고 주장했다.
이날 워싱턴에서 시작된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에 참석한 세계 각국 경제수장들은 공동의 대책을 마련하는데 총력을 쏟았다. 위기가 어느 한 나라만의 힘으로 해결되거나 파급을 막을 수 없다고 보고 회의 첫날부터 예정에 없던 공동선언문을 채택, 공조를 과시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대책은 내달 프랑스에서 열리는 회담에서나 마련될 것으로 보여 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IMF와 세계은행도 23일부터 연차총회를 개최하나 구속력 있는 대책은 기대하기 어렵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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