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마을 아기너구리/이영득 글ㆍ정유정 그림/보림 발행ㆍ4~8세ㆍ1만원
아이들의 두뇌발달이란 사실상 인과관계의 학습에 다름없다. 초록은 파랑과 노랑을 섞었기 때문이고, 창문이 흔들리는 것은 바람이 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아이들은 선뜻 알아채지 못한다. 아이들이 테러에 가까운 '왜'의 남발로 부모들을 기진맥진케 하는 것도 이 시기 폭발적으로 인과관계들을 익히기 위한 필사적 노력이다.
<강마을 아기너구리> 는 인과관계를 잘 모르기 때문에 엉뚱하고 예쁜 생각을 해낼 수 있는 어린 아이들만의 특권에 가까운 순수함을 정겨운 그림 속에 담은 동화다. 아빠너구리는 엄마 제사상을 차리기 위해 물고기 사냥을 나가지만 낚시가 영 신통치 않다. 물총새처럼 살랑이는 잔물결만 보고도 잽싸게 날아올라 물고기를 잡아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물총새의 꽁무니만 따라다니던 아기너구리는 물총새가 뾰족한 부리로 강가 모래 바닥에 물고기 그림을 그리는 것을 보고는 "저게 바로 비결이야!" 오해한다. 그 그림을 모사하기 위해 버드나무 가지 위로, 강 건너로, 연꽃 그늘로, 하루종일 물총새를 따라다닌 아기너구리. 과연 아빠 너구리는 물고기를 잡아올 수 있을지. 강마을>
무엇보다도 안달복달하며 물총새를 따라다니는 천진난만하고 엉뚱한 아기너구리의 표정과 몸짓이 재미나다. 버드나무가 늘어선 강가, 부들과 연꽃이 활짝 핀 연못 풍경 등 그림책 속 배경이 담백한 색상의 수채화풍 기법과 어울려 한국적 생태의 아름다움을 전한다. 때로는 인과관계를 넘어서는 작은 기적이 일어나기도 한다는 것, 그런 걸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한다는 걸 아이에게 가르쳐줄 수 있는 동화다.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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