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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를 말하다] '종이 여자' 시류 따라가려면 트렌드 하나 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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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를 말하다] '종이 여자' 시류 따라가려면 트렌드 하나 쯤은…

입력
2011.09.23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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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여자/기욤 뮈소 지음·전미연 옮김/밝은세상 발행·488쪽·1만2,000원

직장인이 주말 저녁 '나가수'를 보는 건 꼭 재미 때문만이 아니다. 다음날 출근해서 사람들과 할 얘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인순이 노래가 아니면 부장과 무슨 대화를 나눌 것인가. 윤민수 노래가 아니면 인턴과 무슨 말을 하겠는가. 베스트셀러에 눈길이 가는 것도 비슷한 이유일 게다. 다른 사람들과 취향의 공통점을 발견하기 위해서, 이 공통점을 밑천 삼아 대화하기 위해서.

그러니 애인이나 자녀들에게 "기욤 뮈소도 몰라?"란 소리 듣기 전에 기욤 뮈소의 최신작 <종이 여자> 쯤은 읽어둘 필요가 있겠다. 이 책은 지난해 12월 국내 출간된 후 소리소문 없이 꾸준히 팔려 지금까지 약 15만부가 팔렸다. 말랑말랑한 러브스토리이니 당연히 주 독자는 여성이다. 출판사 밝은세상의 김동주 편집장은 "1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 여성들이 주로 찾는다"고 말했다.

소설은 한 베스트셀러 작가와 그의 소설 속 여주인공이 펼치는 사랑 얘기다. 로스앤젤레스 빈민가 출신의 톰은 소설 '천사 3부작'시리즈가 성공하면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지만, 프랑스 출신 피아니스트와의 사랑이 실패하면서 절망한다. 빈민가에서 함께 자란 친구들은 톰을 위로하며 '천사 3부작'의 마지막 3권을 집필할 것을 독려한다. 그러던 중 소설 속 인물을 자처하는 여자 빌리가 톰 앞에 나타나고 시공간을 초월한 러브스토리가 전개된다.

<종이 여자> 를 비롯해 기욤 뮈소의 소설은 공통점이 있다. 첫째 주인공들은 대개 시공간을 넘나들며 사랑을 경험한다는 점, 둘째 복잡다단한 이야기가 빠르고 경쾌하게 전개된다는 점이다. 작가는 이런 기술을 십분 살려 <구해줘> <사랑하기 때문에>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등을 썼고 국내에서도 이 세 권이 2008년 후반 한꺼번에 베스트셀러 10위권에 들 정도로 히트를 쳤다. 김동주 편집장은 "기욤 뮈소의 소설은 미국 대중소설처럼 빠르게 전개돼 지루하지 않다. 동시에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감동코드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종이 여자> 도 마찬가지다.

물론 이 책을 읽으며 예의 '감각적인' 문장에 손발이 오그라드는 독자도 분명 있을 터다. 이를테면 '내가 음악을 하는 건 왜인지 알아? 음악이 내 인생을 버리지 않을 걸 알기 때문이야'(259쪽) 같은 대목이나 '이걸 어쩌죠? 이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당신인데'(447쪽) 같은 민망한 고백을 읽을 때 말이다. 어쨌든 올 한 해 동안 최대 다수의 최대 취향을 맞추고 있는 소설 중 한 편이니 트렌드를 알기 위해 한번쯤 시도해보자.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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