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이상현'을 잡았으면 '최해철'도 찾아라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이상현'을 잡았으면 '최해철'도 찾아라

입력
2011.09.23 11:40
0 0

울산 울주군에 있는 국보 147호 천전리 각석에'이상현'이란 낙서를 남긴 범인이 잡힌 모양이다. 작년 7월에 수학여행 왔다가 장난으로 낙서한 서울의 18세 남자 고교생이라고 한다. 천전리 각석의 낙서 사건이 처음은 아니지만 늘 사후약방문인 해결책에 짜증이 난다.

필자는 지난해 7월 8일자 이 연재에 쓴'무지, 무지막지'란 글에서 국보인 암각화의 낙서 문제를 지적했는데 그 무렵 낙서가 버젓이 진행되었다는 것에 화가 난다. 아무리 손바닥만 한 글이지만 그때 문화재청이 작은 관심이라도 가졌다면 이런 망신은 없었을 것이다. 천전리 각석 왼편 하단에는 '崔海哲'(최해철)이란 이름이 당당하게 새겨져 있다.

1970년 발견 당시 보고서에는 없는 이름이다. 그 후에 누군가가 돌로 찍어서 새겨 넣은 것이다. 필자는 1990년대 후반에 이 이름을 발견하고 국보 낙서의 주인공을 찾아줄 것을 요청했지만 그땐 제대로 들어주는 곳도 없었다.

결국 최해철은 낙서 수준을 넘어서 수천 년의 역사를 가진 귀중한 문화재 속의 '현대판 각석'(刻石)이 되었다. 낙서가 나쁜 것은 아니다. 젊은이들에게 낙서는 일상의 탈출구가 되고 그들만의 문화가 된다. 그러나 선사문화재에 낙서를 하는 것은 곤란하다. 문화재 훼손이기 때문이다. 이상현을 포상금을 걸어 잡았다면 이제 최해철도 찾아보길 바란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