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검은 금요일'이 국내 증시를 또 다시 엄습하면서 투자자들 마음은 숯덩이가 됐다.
이날 서울 명동의 증권사 지점에서 코스피지수가 100포인트 넘게 고꾸라지는 걸 넋 놓고 지켜보던 한 투자자는 "8월부터 시작된 폭락장에 지쳐 당분간 객장 방문을 끊을 생각"이라며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미국과 유럽의 재정위기로 증시가 출렁여도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을 믿고 주식투자를 이어왔지만, 심리적 지지선인 1,700선마저 무너지자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터넷 공간에서도 곡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각종 주식카페와 트위터 등에는 탄식과 절망, 공포로 도배된 투자자들의 글이 잇따랐다. 한 투자자는 "이런 날 차라리 정전 사태가 났다면 손해가 덜 했을 것"이라며 극단적 상황을 바랐고, 다른 투자자는 "부디 한번만이라도 (우리 증시가) 대외 악재에 강한 내성을 보였으면 한다"고 간절히 기원했다.
투자자들만 패닉에 빠진 게 아니다. 증시 전문가들조차 "바닥이 보이지 않는다"며 암담한 심정을 내비쳤다. 신영증권 김세중 투자전략팀장은 "세계 경제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상황에서 그리스의 일방적인 채무불이행(디폴트) 선언이나 유럽은행의 자본확충 실패, 독일 의회의 유럽금융안정기금(EFSF) 승인 불발 등 세 가지 가운데 하나라도 터진다면 신용경색에 방아쇠를 당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시장의 심리적 저항선은 1,600선으로 더 내려갔다. 지금보다 주가가 더 빠질 것이라는 얘기다.
이종우 솔로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본질적 문제는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경기 둔화"라며 "미국에서 경기부양책과 장기금리 인하 방안 등이 나왔지만, 오히려 경기 하강 속도는 빠른데 대책은 없다는 인식만 심어줘 시장의 우려감만 커졌다"고 지적했다.
이 센터장은 "리먼 사태 이후부터 미국이 2차 양적완화(국채 매입)를 단행한 지난해 9월 전까지 근 1년간 머물러 있던 지수 1,600선이 의미 있는 저항선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락장 뒤에 일시적으로 주가가 오르더라도 지금 같은 경기 둔화 국면에선 추세적으로 지수가 더 내려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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